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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evieve Oct 25. 2022

호주 그래픽 디자이너 회사 일상

Oct 2022

호주 시드니에 사는 그래픽 디자이너

대학 졸업 직후 호주에 온 후 첫 해부터 쭉 그래픽 디자이너로 살고 있다.

모든 것들이 현실감이 들지 않을 때가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 바다를 가도 다 비슷해 보이고, 파란 하늘도 일상이 되니 감흥이 크게 들지 않는 건 역시 사람이 적응의 동물인 탓이다.

해외생활을 하다 보면 나만 알며 살기에 아깝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많이 보인다. 주변에서는 왜 유튜브를 하지 않느냐고 정말 많이들 권했다. 내 사생활이 노출되는 걸 꺼려하기도 하고 영상편집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알기에 마음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로 기록하는 것에는 재미있게 꾸준히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어 드디어 맥북을 꺼내 들어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호주에 와서 밥벌이를 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회사에 취직했고 팀장으로 승진을 했고, 이직을 했고, 많은 곳에 갔고 많은 것들을 보고 느꼈다.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들에 대해 서서히 풀어나가 보려고 한다. 가령 생활비는 얼마가 드는지 항목별로 자세하게 보여준다거나 실제 면접 질문과 답변, 회사에서 쓰는 비즈니스 영어, 원어민들이 쓰는 자연스러운 회화 영어, 결혼식 풍경 등 이런저런 경험담이 많이 쌓였다.

굳이 해외생활이나 해외 취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사람 사는 이야기를 즐긴다면 내 브런치 서랍은 재밌고 도움이 되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Morning coffee
이태리에서 바리스타로 일했던 친구가 있는데, 내가 머신을 써본 적 없다고 하니 어떻게 커피를 내리는지 알려주었다.


이렇게 소이 라테를 내리고 오면 하루가 시작된다. 우선 이메일을 열어보고 답장을 하고, 미팅 일정이 있는지 확인한다. 옆자리, 앞자리 코워커들과 잠깐 몇 마디 나누면 한 25분 정도는 제끼게 된다.

저 날은 집에서 애플파이를 구워와서 회사에서 아침을 먹으며 근무를 시작했다.


기밀 내용은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간식으로 초콜릿을 엄청 먹으며 일을 하는데 농담 아니고 진짜 당뇨가 올 것만 같다. 줄여야 하는데...


 현재 포지션은 Graphic designer & Contents manager이다. 현재 홈페이지를 리뉴얼 중이라 백엔드 개발자와 다른 그래픽 디자이너 셋이 많은 미팅을 통해 디벨롭 중이다.  화면에서는 홈페이지 제품 목록 리터칭  사진들을 등록하고 상세페이지에 들어갈 디스크립션과 SEO 업무 모습을 보여준다.


엑셀 파일에는 제품 목록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요새는 그냥 스티키 메모 정리한다. 나중에 따로 다시   없이 목록들을  번에   있어 훨씬 빠르고 깔끔하다.  직장에서도 모든 기록은 스티키 메모 하나로 통일해 사용했다.


점심시간은 12시 이후 아무 때나 자유롭게 한 시간 동안 먹는다. 나를 포함해 다들 1시 넘어 먹는데, 아무래도 점심을 늦게 먹으면 오후 남는 시간이 적어 하루가 빨리 마무리되는 듯한 느낌을 선호해서인 듯하다.

오피스가 쇼룸과 함께 있어서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소파 위에 이렇게 앉아 모여서 먹기도 하고, 식탁이 필요한 날은 식탁 쪽에 앉아 있으면 코워커들이 같이 먹자고 그쪽으로 온다. 이날 점심은 오트밀을 싸왔는데 생긴  별로여 달고 맛있다.

점심을 먹고 근처 마트에서 비건 쿠키를 사 와 회사 앞을 걸어 다니며 먹었다. 가끔 엄마와 시간이 맞으면 전화를 하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며 잠깐이라도 걸으려고 한다. 회사 입사하고 첫날에 다른 디자이너와 점심시간에 한 시간 반을 놀다 왔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인데도 악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착한 사람들..


회사에서는 커피와 , 우유(+plant-based) 무제한 제공된다. 하루에 커피는   이상 마시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서 보통 오후에는 티를 마신다.  초콜릿은 ALDI에서 파는 dairy-free (우유가 함유되지 않은) 비건 초콜릿.

이렇게 먹고 마시며 옆자리 코워커와 대화 몇 마디 종종 하고 미팅을 하다 보면 퇴근시간!

공식적으로는 5:30까지인데 5시 이후부터 집에 가기 시작한다.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관심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듯하다.


퇴근하고 걸어가는데 저 멀리에서 어떤 애가 목줄 없이 나를 이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뭘 하다 걸린 것처럼 대체 앞발은 왜 들고 얼어있는지. 귀엽지 마라 진짜...


올해 들어 유독 트레인 딜레이나 캔슬이 부쩍 많아졌다.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도 지연이 되고는 하는데 한국에서 온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호주에서 지옥철은 흔치 않은데, 이렇게 지연이 되는 날이라던가 나처럼 시티로 출근을 한다면 자주 경험할 수 있다.




해외취업도 특별한 건 없다. 출퇴근을 하고,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일을 한다.

다만 종일 영어를 사용하고 내가 아플 때 눈치 보지 않고 병가(sick leave)를 내고 연차(annual leave)도 길게 쓸 수 있고 한국 조직문화보다는 확실히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일한다.


호주에서 내 첫 직장은 유니클로에서 full-timer였는데, 해외생활이 처음인지라 영어로 말을 최대한 많이 하고 싶었고 옷가게에서 일을 해보고 싶어 구한 직장이었다. 이것도 풀어낼 이야기가 많은데 다음에 써보도록 해야지. 일상을 기록하고 나니 별 것 아닌데 되게 추억스럽다. 일상도 종종 글로 남겨두어야겠다.

호주 데일리 라이프 & 비거니즘 콘텐츠 업로드: @genevieve_ji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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