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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evieve Feb 10. 2023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전문직 취업 가능한가요? (3)

그냥 도는 말이 아니었구나

그렇게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가지고 그래픽 디자이너 포지션의 면접을 몇 군데 보게 되었다.


‘네가 한 작업들과 그간 경력들을 말해줘.’

‘난 00년도에 00 프로젝트들을 이끌어나갔고, 00 분야에 관심이 있어. 혹시 몰라 아이패드에 내 작업물들의 일부를 담아왔어.‘


이때, 포트폴리오는 그 회사의 성격이나 하는 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준비해 가도록 하자. 기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흘러 내 후임 디자이너를 직접 뽑을 때 관련 없는 작업물들을 가져온 지원자들을 꽤 보았다. 혼란스러움은 둘째치고 해당 회사와 성격이 더 맞는 지원자를 파악하기 때문에 실력이 비슷해 보인다면 해온 일이 비슷한 사람을 택하게 된다.


나는 그 당시 패션 쪽에서만 일하겠다는 포부가 있어 패션을 카테고리로 삼고 그 분야에서만 포트폴리오 두 개를 간략하게 빠른 시간 내로 만들었다. SPA브랜드 하나, 명품 브랜드 하나.


‘이 브랜드 홈페이지 한 번 들어가봐 줄 수 있어?‘

‘물론이지’


해당 명품 브랜드 웹사이트와 나의 포트폴리오를 매의 눈으로 왔다 갔다 비교하던 면접관. 쭉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현재 웹사이트보다 네 디자인이 훨씬 좋은데? 느낌 정말 좋다.'

'아 정말? 고마워!'


'너의 다른 작업물들도 보고 싶은데, 회사에서 했던 작업물은 어떤 게 있어?'


'상세페이지 작업도 했었는데, 한국에는 네이버라고 여기서는 구글 같은 대표적인 사이트가 있어. 그 웹사이트에 노출되는 상세페이지를 디자인해서 상품 사진들을 리터칭 하고 아주 간단한 코딩을 곁들여 업데이트했었어. 이게 어디 있냐면~'


아뿔싸, 전에 그 회사는 개인 쇼핑몰이 아니라 백화점이나 다른 쇼핑몰들의 상세페이지를 만들어주던 곳이기 때문에 도메인이 현재까지 존재할 리가 없었다.


'음~ 안 나오네~ 여기가 개인 사이트가 아니라 서플라이어 중 한 공급업체 같은 곳이었어서 지금 도메인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아.'


글로 써 놓으니 유려하게 말을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뭐 괜찮아. 다른 너의 작업물들을 봤으니까. 난 네가 정말로 마음에 드는데, 당장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일 나올 수 있어?'


'응, 좋게 봐주어서 고마워!'


'그럼 곧 우리 쪽에서 필요한 서류 목록을 보낼게. 이메일만 한 번 확인해 줘.’


그렇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고, 이메일을 받았다. 구비서류 목록 중에는 비자도 있었다. 현재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내가 호주에 오래 살고 있는 줄 알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워홀러는 뽑고 있지 않다고 하며 나의 순조로웠던 입사는 그렇게 취소가 되었다.


사실 내가 회사 입장이었어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는 한 회사에서 6개월밖에 일을 하지 못한다. (작년 말부터 올해 6월 말까지는 이 제한이 일시적으로 해제가 되었다.) 아마 자국민의 일자리 보호 차원에서 만든 법이겠지.


6개월이면 인수인계를 하고 일을 가르치고 좀 적응이 되었다 싶을 때인데, 안정적으로 접어들 무렵 또다시 사람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카페나 레스토랑처럼 인력 회전이 빠른 곳이 아니라 그래픽 디자이너처럼 전문직 분야에서 워홀러를 뽑는다는 것은 그만큼 인력 교체 회전이 빠른 곳이거나 (찾기 매우 힘듦),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그 지원자가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거나, 다른 지원자가 정말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일 테다.


그래서 실제로 구인구직 사이트에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 받지 않는다'는 명시가 되어있는 공고를 많이 보았다. 요새는 '일에 제한이 없는 비자를 소지한 사람'으로 포괄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전에도 나와 전화 면접을 보고 마음에 들어 마지막 면접 단계로 가던 회사가 몇 군데 더 있었다. 대화 끝무렵에 비자가 무엇이냐고 물어왔고, 워킹 홀리데이라고 했을 때 유감을 표했다.


내가 입사할 만큼의 실력이 아직 되지 않아서라던가, 영어가 부족해서라던가 등의 이유가 아니라 그저 '일할 조건인 비자가 충족되지 않아서'가 너무 답답하고 분할 지경이었다.


조금 더 오래 시도했다면 가능한 회사를 발견했을지도 모르지만, 우선은 이제 일을 구해야 할 시점이었다. 워홀 비자로 그래픽 디자이너를 도전하기에는 비자라는 기본 충족 요건이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두 번째 희망사항이었던 패션 어시스턴트로 옷가게에 지원을 했다.


이왕이면 법의 보호를 잘 받고 있고 체계적으로 잡혀 있는 큰 회사에 입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유니클로에 이력서를 보냈고, 면접 제안을 받게 되었다.


호주 데일리 라이프 & 비거니즘 콘텐츠 업로드: @genevieve_ji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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