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많은 아줌마
1. 자립할 수 없는 사람
대기업 다니던 양과장은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성인이, 이 나이 먹고, 내 자신도 먹여 살리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
경제적으로 무능하다는게, 돈을 못 번다는게 자존감을 엄청나게 깎아먹습니다.
이건 남편이 생활비를 얼마 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고요.
단정하게 차려 입고 어린이집에서 아이 챙기는 워킹맘을 보면 힘든점이 짐작이 가면서도 많이 부럽습니다.
2. 집안일과 육아는 글쎄
전업주부가 되어보니 집안일과 육아의 영역이 얼마나 무궁무진하고 일이 끊임없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항상 깨끗한 집, 정갈한 한 끼, 엄마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는 아이로 키우는거요 진짜진짜 중요하고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고요!(단호)
그런데요, 저는 집안일도 육아도 어....그다지 의욕적으로 잘 하는 사람도 아니고 즐기지도 않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아이와 며칠만 붙어있으면 인내심이 바닥나서 샤우팅하기 일쑤고 (오은영 선생님 고개 절레절레)
하루종일 사부작댔는데도 집은 늘 어수선하고 요리 실력은 고만고만한데 입짧은 아이가 밥투정이라도 하면 그날은 실패한 하루가 되는겁니다.
3. 아무도 나를 아까워하지 않는다
가까운 남편에게 '사회적으로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무능한 나'에 대해 토로하면 "왜그러냐, 난 일 안하고 너처럼 살고 싶은데" 하고 천진난만하게 얘기합니다.
제가 어른으로 존경하는 (물론 엄청나게 어려움)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조차도 '당연히 네가 집에서 애 봐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가족의 인식속에서는, 엄마인 나만 있고 자아 실현하는 나는 없습니다.
아무도 나를 안타까워하지도 아까워하지도 않습니다.
4. 내 쓸모는 무엇일까.
아이는 자라 점점 나를 떠날테고
'주양육자'로서 존재가 희미해지는 때.
경력 단절된지 이미 십년이 훌쩍 넘은 아줌마는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요?
내향인. 생각만 많은 인간. 실행을 주저하는 내모습.
타고난 기질이라 바꾸기 어려운 부분인데도 꼴보기 싫습니다.
5. 가장 무서운 질문은
어릴때 열심히 공부했고요. 많은 사람들이 가고싶어하는 대학과 직장에 갔는데 지금은 내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이 됐잖아요.
어느날사춘기를 맞은 제 딸이
"내가 왜 공부를 잘해야돼? 공부 해서 뭐해? 엄마 봐봐, 지금 아무것도 아니잖아?" 할 것 같아서 두렵습니다.
딸의 롤모델이 되어주지 못하는 엄마가 된다니.
작은 무언가라도 이루어가는 모습을 아이한테 보여주어야한다는 강박을 늘 가지는 이유입니다.
6. 예상치 못한 점
회사를 다닐때는 출장도 다니고 협력사 회의도 주최하고 했는데 전업주부가 되고 남편과 아이와 주로 지내다보니 생활반경과 만나는 사람들이 극적으로 줄었습니다.
이 변화가 사람을 더 소심하고 옹졸하게 만들더군요.
새로운 일을 하거나 사람을 만날때 마음의 파장이 예전보다 아주 큽니다.
무언가 시작하고 도전하는데 더 주눅이 든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