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던하고 뜨뜻-한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이
멀리서 보면 그럭저럭 괜찮게 지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작은 먼지일 뿐인데,
이렇게 적당히 사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싶다가도.
집안일도 못하고 음식도 서툰 전업주부가 되고 보니
내가 쓸모가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아, 올해 초에는 자기개발서도 몇 권 읽었습니다.
당장 박차고 일어나서 무엇이라도 해야할 것 같은 의욕이 샘솟았고요.
경제신문 일년 구독을 하고
이루고 싶은 목표들을 세워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달쯤 지나고 나니 모두 흐지부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경제신문을 읽어 봐야 나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이던데요.
ai가 발전하면 나는 더 필요 없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목표없는 내가 싫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어엿하게 자기의 자리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자리가 없는 것만 같았습니다.
가고싶던 대학교에 합격하고 의기양양했던 내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십년 전 영광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하나 하나 이루어 가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무기력한 엄마처럼 살기 싫다는 말을 듣게 될 까봐 두려워졌습니다.
예리한 눈으로 내 안을 후벼파서 자책하는 마음이 쌓여 가는데 어떤 행동도 하기 싫었습니다.
내가 한심했습니다.
내가 짜증났습니다.
내가 창피합니다.
내가 싫습니다.
요즘 나는 이런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마음은 남편한테도 말할 수 없어요.
내가 나를 다독여서 다시 내딛어야만 하는 겁니다.
나는 응석받이 아이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