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여긴 어디고 난 누구인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하는 눈빛과 함께
식당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두려움이 눈에 가득한 백인남자가 들어온다.
나 혼자 외국 여행 가서 자주 지었던 그 표정.
우리 옆 테이블에 앉은 그는
테이블마다 놓인 패드로 어찌어찌 주문은 하고는 두리번거린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찾는 모양.
테이블 옆에 서랍 안에 있는데...거기 냅킨도 있는데
오지랖 넓은 나와 타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내가 마음속에서 싸운다.
밥을 다 먹고 외투를 챙겨입는데
세살짜리 꼬맹이가 평소 보던 사람들과 조금 다르게 생긴 아저씨가 라멘을 먹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알짱대며 기웃거린다.
아이를 끌어당겨 안으며 "죄송해요ㅠㅠ" 하자 괜찮다며 웃는다.
무슨 용기에선지 여행오셨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캐나다에서 왔다는 그는 우리더러 이곳에 사는 사람이라고 물어온다.
한국의 대도시가 아닌 경주에 온 이유가 진심으로 궁금해서
어떤 일로 경주에 왔는지 물었더니 이곳에 볼 게 많다고 한다.
지인짜 맛있는 식당, 해질무렵 노을이 기가 막히는 곳, 현지인만 아는 핫스팟을 모조리 알려주고 싶지만
오지랖이 선을 넘은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내 영어 실력이 그렇게까지는 유창하지 못해서
"이곳에서 좋은 경험 많이 하고 가시길 바라요- 바이 - " 하고 식당을 나왔다.
아이도 따라서 빠이빠이를 한다.
아이를 재우는데
"엄마, 아까 무슨 얘기를 했어? "하고 묻길래 이런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알려 주었다.
요녀석 장난치느라 안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자기가 못 알아듣는 말로 이야기하는 엄마의 모습이 신기했나보다.
아이는 요상한 발음으로 트윙클트윙클 리를스타를 한참 부르더니 스르르 잔다.
불쾌하게 간섭하지 않는 선에서 (그게 어디까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종종 마주치는 외국인들에게 한 마디 건네고 도움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머리에서 한참 생각하지 않아도 되도록 몇마디는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모습을 본 아이가 다른 문화와 언어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면 그건 덤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