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폭닥한 가디건만 걸쳐 입어도 충분한 날씨.
혼자 잘 노는 샌님은 박물관에 가을 소풍 가요 -
얼마전 읽은 책에서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내려면 일부러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애쓰지 말고 일상을 즐기라는데
이곳에선 단풍 구경도 하고 아름다운것도 잔뜩 볼 수 있으니까.
오늘의 주제는 패턴/문양
신선하고(유물에서 신선함 찾는 이상한 사람) 자연스럽고 우습고 과장되고 화려한 어여쁜 것들 모두 담아갈래
이번엔 유독 굽다리 접시가 눈에 들어온다.
다리 부분에 어긋나게 뚫어 놓은 네모 네모 구멍이 신라 굽다리 접시의 특징이라고.
이번엔 네모네모 구멍과 사이의 면과 접시에 동글동글 삐죽삐죽 무늬가 추가되었다.
열광 포인트 : 뚜껑이 비뚤빼뚤하고 찌그러졌다. 어설프고 귀엽잖아!
제사를 지낼 때 썼던 물건이라지만
챕터원 쇼룸에 있어도 위화감이 없을 것 같다.
승리의 여신 니케같은 관 장식.
날개를 펼친듯한 형태도 아름답고
구불구불 나뭇가지에 동그란 참 장식을 잔뜩 매달아 놓은 디테일도 블링블링
마립간이 이 장식을 머리에 하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겠지.
거꾸로된 하트 모양
마름모, 세모, ㅗㅜ, 물결모양까지 패턴 잔치다 잔치.
화려함을 강조하기 위한 패턴들
허리띠 장식에서 보이는 긴 타원형과 작은 사각형의 연속적인 배치
종이로 문양 만들기 놀이를 하듯 구불구불 파낸 모양과 정교한 참까지 어질어질하면서 보다가
아니 잠깐만.
겨울 니트에 포인트로 하면 예쁠 볼드한 체인 장식의 롱 네크리스는
에르메스도 까르띠에도 아니고 신라 장인 made.
전 이렇게 심플한게 좋더라고요 허헝 -
12 13 부쉐론 아니고 신라장인 메이드고요.
2번 반클 빼를리 팔찌 아니냐고요 ㅎㅎ
은행 열매와 느티나무 잎을 엮어 놓은 것 같은 아름다운 귀걸이.
이런 모양의 모빌이 있다면 삥이 방 코너에 걸어주고 싶다.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자 뒤태 흘끗 보고
불교 조각실로.
신라미술관 3층 올라가는 길.
부드러운 니은모양 의자와 동그란 테이블, 약사여래불과 바깥 풍경이 조화롭다.
종교는 없지만 손에 약종지를 들고 있는 약사여래불의 표정이 너무나 온화해서
우리가족 안 아프게 해주세유 - 하고 짧게 빌었다.
교과서에서 닮은 친구 찾아서 놀리는 잼민이 있쥬?
네, 그게 바로 저입니다 낄낄
훈을 닮은 조각과 삥이 닮은 미륵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지.
백률사의 약사여래.
국립중앙박물관 반가사유상처럼 단독 공간에 전시해 놓았다.
이 정도로 아름다우면서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도 있어야 국보로 지정되는구나.
법흥왕이 불교 수용을 선포한 뒤 신라에는 별처럼 많은 절이 생겼다고 하는데,
그동안 몰라서 못 가봤던 경주의 절을 투어 해 봐도 좋겠다.
리뉴얼을 하고 나서 '국립'의 위엄이 제대로 느껴지는 박물관.
나처럼 역사 잘 몰라도 박물관을 한번 둘러만 보면 자부심이 퐁퐁 생긴다 ㅎㅎ
박물관 안에 있는 이디야 카페에서
가을로 서서히 물드는 경주를 바라보고 -
히야 좋은 가을 소풍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