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th !

주제플라워 • 스틸룸 • 이스트1779

by 야또니


결혼 5주년.

보통날 같지만 꽤 의미있는 하루.



subject_주제 플라워


식물의 형태, 색과 질감으로 공간에 계절감과 분위기를 드리우는 주제플라워의 꽃.

요란한 거 안 좋아하는, 뉴트럴 베이지톤 5년차 부부를 꽃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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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께 오늘 입을 옷과 원하는 원하는 컨셉을 DM으로 보내면서

'주제 무드로 알아서 잘 해주세요 - ' 하고 난해한 부탁을 드렸는데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만들어 주셨다.




봉황대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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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진다


기념일 선물로 삥이를 봐주신다는 어머님께 아이를 맡기고 식당 예약 시간까지는 삼십분 남짓 남았다.

오랜만에 꽃도 들었으니까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거기서 사진 찍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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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문하고 픽업해온 꽃이지만

마치 네가 서프라이즈로 가져 온 것마냥 찍어줄테니 저리로 좀 걸어가봐봐 -

5년 살면 섣부른 기대는 안하게 되더라고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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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한 초저녁 빛.

낮고 둥그런 언덕의 무리와 (물론 무덤이다.)

연두색부터 짙은 카키색을 거쳐 밤색까지 점묘화처럼 섞인 잔디밭.

주제 사장님은 우리가 여기 올 걸 알고 꽃다발을 만든걸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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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어 달라는 부탁도 못하는 내향인 부부는

누군가 느티나무에 감아 놓은 노란 테이프에 아슬하게 핸드폰을 고정시키고는

초점도 수평도 엉망인 기념 사진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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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밥 먹으러 가야죠.




스틸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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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 저녁은 스틸룸 코스요리.

삥이를 데리고 오기는 어려울 것 같아 미루다 오늘에서야 방문했다.


어둑한 위스키바 인테리어

빈티지 클립쉬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

한국인에게 맞게 빠른 속도로 서빙되는 음식.


5코스 먹는데 딱 40분쯤 걸린듯.

단새우 감태 파스타와 전복 리조또가 훌륭했는데 이번에 못 먹어 본 메뉴 공략하러 또 와야지.





이스트1779



경주에서 제일 세련된 카페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여기.

지난번 방문했을 땐 노키즈 존이었는데 키즈 케어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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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모나카에 커피 시켜 놓고

여기서부터 우리의 대화 주제는

연금저축, ISA, etf 종목 그리고 증권사 어플 켜서 각자의 포트폴리오 보며 피드백하기.


삥이가 옆에 있으면 재테크 얘기를 조금만 하려고 해도

"엄마 아빠 그만하고 이리 와서 놀아줘요" 하는 바람에 흐지부지되었는데 바로 오늘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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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결혼 기념일답게 서로 로맨틱한 말을 나눌 법도 한데


훈 : 하 5년 됐네, 몸에 사리 많~이 생겼네 껄껄

나 : 떽! 나하고 살아서 복받은거다이

하고 대충 등 토닥이고는 표정 싹 바꿔서


"지금 장기채권 좀 들어갈거고, cma에는 이만큼 유지할거고, 에센피 오백은 대선 끝나고 좀 지켜보려고"

하면서 투자대회 나간 사람들이 팀플회의하듯 화제를 전환한다.


결혼기념일에 노후대비하는 부부라니

안달달하다 못해 쓰다 써!




보통날.



다음날,

달항아리 화병에 꽃꽂이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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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재워주신 불고기 구워서 다 같이 먹는 저녁.

잔잔하니 슴슴허니 이런 일상이라면 앞으로도 난 좋을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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