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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의 산책 Oct 29. 2018

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았던

막차와 택시

밤 11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동희는 택시를 타려다 마음을 바꿨다. 전철역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며 다시 시간을 보았다. 전철을 타는 게 더 빠르고 안전할 거였다.
.......
막차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더니 전철이 천천히 멈췄다. 모두 하차하라는 방송이었다. 누군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른 누군가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내렸다.
.......
이태원역이었다. 버스도 전철도 없을 시각이었다. 동희는 계단을 빠져나가는 승객들의 뒤를 눈치껏 따라 나갔다. 처음부터 택시를 타지 않은 게 후회스러웠다.

p.13 히어 앤 데어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_임재희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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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듯 결코 당연할 수 없는 야근과 철야를 습관처럼 하던 나날들, 막차를 타야 하거나 택시를 타야 했던 

나는 늘 수명이 단축될 것처럼 두려웠고 무서웠었다. 유난히 겁도 많은데 그  많은 밤들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새삼 신기하기도 하다. 그만큼 일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하련다...
13쪽의 동희는 그날의 나와 너무 같아서 읽고 또 읽었다.
계단을 빠져나가는 승객들의 뒤를 눈치껏 따라 나가던 내가 자꾸 생각난다.

더불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 안정감과 평화로움이란 찰나의 천국 같았다. 


콜택시가 나오기 전 절대 혼자서는 택시를 잡을 수도 탈 수도 없다며 같은 방향이니 같이 타자

귀찮게 해 드렸던 많은 상사님들.

도착지를 말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집 앞에 내려주시던 나를 무려 3번째 태워주신다던 기사님.

한동안 톡으로 퇴근시간을 미리 알려드리면 회사 앞까지 와주셨던 엄~청 미인이셨던 여자기사님.

이 글을 읽으실리 없겠지만 느닷없는 감사를 전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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