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살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같은 씨앗도 토양에 따라 다른 꽃을 피운다

by Soren

해외에 나와 친하게 지내는 한국인 친구들에게서 내 나름 받은 공통적인 인상이 있다. 유년기를 해외에서 보낸 친구들일수록 뭐랄까, 건강한 자존감이 높아 보인다는 점이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친구 중에 작은 체구지만 운동을 좋아해 그을린 피부를 시원하게 드러내고 다니는 동생이 있다. 강한 햇볕을 받아 부스스하게 밝아진 머리카락을 제멋대로 틀어 올린 그녀는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게 함박웃음을 짓는 것이 트레이드 마크다. 그녀가 꾸밈없이 민소매 셔츠에 반바지만 입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나까지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그녀는 인종은 한국인이지만 실제 한국에 살아본 적은 없어서, 재미있게도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마치 외국인들이 말하듯이, 한국은 K드라마에 나오는 깨끗하고 예쁜 나라 같다는 이야기를 수시로 한다. 물론 한국이 인프라면에서는 장점이 많은 나라이지만, 나는 그녀가 진짜로 한국사회에 속해서 한국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면 저런 건강한 미소를 늘 띨 수 있을까 혼자 생각해 봤다.

꼭 내 지근거리의 지인들 뿐 아니라, TV나 SNS에서 접하는 '인종만 한국인'인 해외거주 한국인에게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는데, 전반적으로 긍정적이고 단단한 자존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나 누구입네" 내세우는 그런 과시적인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스스로 존중하고 남들도 그렇게 대하는 성숙하고 관대한 태도 같은 것. 이런 건강한 자존감은 나아가 각자가 가진 다양한 능력과 개성을 최대치로 발현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되는 듯하다.

SNS에는 한국의 획일적인 미적 기준으로는 도리어 '못생겼다'라고 평가받을 것 같은 인플루언서가 자신만의 매력을 당당히 드러내고, 수많은 긍정적 (영어) 댓글이 그를 지지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한동안 한국에서 유행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 중에 평범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자신감과 여유가 넘치며 독창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이들 중 상당수가 해외 출신이더라는 패턴도 이런 나의 생각에 대한 주관적인^^; 근거를 강화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타인의 시선이 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의 다양한 모습을 사랑하고 만족하는 태도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이러한 건강한 태도를 길러내는 건강한 문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씨앗도 어떤 토양에 심기느냐에 따라 다른 꽃을 피운다. 개인적으로 한국인들은 평균적으로 상당히 똑똑하고 재능이 많은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개개인의 다양한 종류의 잠재력이 꽃피지 못하고, 도리어 사회 전반에 불만족과 불행의 정서가 지배하는 것은 획일화된 사회적 기준, 서로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재단하는 척박한 문화 때문이 아닐까. 각자의 고유한 매력과 개성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방식으로 행복할 수 있는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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