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어서 무기력할 때 뭐하면서 보내는지 공유해주라
무언가 기운이 느껴져 고개를 도려보니 고양이가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할 말이 있어 보이는 표정이지만 떨어진 거리를 유지한 채 가지런히 네 발을 모으고 바라만 본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일어나니 그제야 빈 그릇을 향해 따라오라는 듯 움직인다. 기척 없이도 고양이 눈빛을 느낄 수 있다니 요즘은 고요히 귀 기울이기 좋은 시기다. 눈으로 보고 몸짓하기보다 가만히 듣고 귀 기울이는 일들이 많아졌다.
어제는 아주 늦은 밤늦게 퇴근한 친구가 피곤한 시각에도 라디오 DJ처럼 내 안부를 진심으로 물어봐주니 그 다정함에 새삼 감동스러웠다. 하루의 일상을 이야기하다 스쳐가듯 이야기한 고민에도 가볍게 지나치지도 섣부르게 해결책을 주지도 않았다. 내 생각은 어떤지 다시 여러 번 물어봐주었다. 그 대화 덕에 고민과 생각들이 구체화되었고 스스로 답을 떠올리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귀 기울여주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위로를 받았다.
회사에서도 인터뷰를 하고, 멘토링을 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면 이야기하는 표면적인 고민이 사실은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왜 그렇게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그 생각의 이유는 또 무엇인지 계속해서 묻다 보면 상대방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답을 찾아가기도 한다.
나 또한 가족이나 친구들이 곁에 있는 것이 익숙해서 가끔은 안녕을 묻는 일을 소홀히 하기도 했던 것 같아, 안부 겸 노크를 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묻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왜 그런 감정과 생각이 들었는지 인터뷰어의 마음가짐으로 귀 기울여봤다. 고요히 서로의 생각을 디깅 하며 고마운 마음을 나누었다.
가끔은 일상에서도 누군가에게 인터뷰를 하듯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는 일들을 해보면 어떨까.
귀 기울이는 일은 큰 정성이 필요함을 알기 때문인지 더욱 감동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