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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초이 Oct 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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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다니며 느낀 인생의 미학


어릴 적 직업 검사를 하면 철학가, 농부(?)같이 지금 상황과는 반대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면 무언가 꾸준히 생각을 하고 살펴보는 내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어울리는 직업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성향을 가진 나였기 때문에 스타트업, IT와 같이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환경에서 적응하는 과정들이 필요했다. 


참 신기한 것이 요즘에는 일을 할 때 관점으로 성향 검사를 하면 외향성, 빠른 행동력이 나온다. 아무래도 스타트업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학습된 사회적 성격인듯하다. 처음에는 고군분투한 점도 많았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니 인생에서도 적용하면 좋을 배운 점이 있다. 


스타트업의 바이블. 린 스타트업의 방식이다. 





먼저, 린 스타트업의 정의를 먼저 살펴보자.


린 스타트업은 우선 시장에 대한 가정(market assumptions)을 테스트하기 위해 빠른 프로토타입(rapid prototype)을 만들도록 권한다. 그리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기존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프랙티스(폭포수 모델 같은)보다 훨씬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진화시킬 것을 주장한다.

린 스타트업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코드를 릴리즈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 지속적 배포(Continuous Deployment)라는 기법을 사용한다. 출처 : 위키백과


가정, 빠른, 테스트, 피드백, 훨씬 빠르게, 새로운, 지속적. 

과 같은 키워드가 린 스타트업에 적용되는 가치관이다. 즉 빠르게 만들어보고 빠르게 피드백을 받아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린 스타트업 방식은 실제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면이 있다. 




그런 스타트업 가치관을 느릿했던 나의 삶에 적용하니 좋은 점이 있었다.


하나. 리스크가 적다.
확신이 없다면 작게라도 시작 하는 것이 중요했다. 머릿속 생각의 덩치가 커지면, 중간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길을 잃기도 하고 흐지부지해지거나 흐름을 놓치기도 한다.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때로는 달리던 방향과 다르게 노선을 뒤집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에도 역시 사이즈가 작은 것이 리스크도 적다. 

둘. 심리적 부담이 적다.
리스크만 적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심리적인 부담이 적다. 혼자만의 고민이 커지면 나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손이 쉽게 가지 않고 머릿속의 가설이 소설로 변하기도 한다. 고민의 파이가 커질 수록 결과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가설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으로 느껴지기보다 적절한 긴장감으로 느껴질 만큼의 사이즈로 가져가는 것이 좋다.

셋. 빠르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작은 사이즈로 빠르게 보여주고 반응을 살펴본다. 스스로 생각하는 기대치에 비해 완성도는 낮을 수 있지만 피드백을 받으며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조금 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고민할 수 있다.  

넷. 영향 요인을 알 수 있다.
작은 사이즈로 시도하다보면 성공을 하거나 실패를 하거나 결과도 빠르게 나온다. 사실 결과보다 작은 과정들에 가까운데, 무엇 때문에 이런 결과를 가져왔는지 요인과 변수를 추측할 수 있다. 너무 큰 결과물은 무엇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는지 추측하기도 어렵다.


때로는 인생과 같은 장기전에는 린 스타트업의 방식이 필요한 타이밍이 있다. 




너무 잘 하려고 하면 ‘ -하고 싶다’ '-해야만 하는데'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아마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심리적인 장벽이 있을 수도 있다. 사실, 그냥 해보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그랬다. -해야 하는데 와 같은 말이 습관적으로 붙으면 좋지 않다고. 그냥 '- 해야지'라고 말하면 후회가 다짐이 된다. 

나는 언젠가 책을 내고 싶다. 하지만 나는 관심사가 쉽게 바뀌는 편이고, 하나를 깊게 팔 수 있는 책이라는 매체가 조금은 부담스러운 로망일 때가 있다. 대신 작은 것에 설레고 관심을 가지는 편이다. 그래서 린 스타트 업과 같은 방식으로 작은 생각들을 블로그나 브런치에 적어 나가고 있다. 지금은 콘텐츠도 없어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부터 적어가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더 작게, 자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될지 모르겠지만 잘하려고 하기보다. 작게 작게 많이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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