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중요한 건 없지만 더 필요한 타이밍은 있습니다.
UXer에게 직관성, 데이터 중 어떤 것이 중요할까요?
가끔 스스로 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받기도 하는 질문입니다. 우선순위를 논할 수 있는지 답하기 애매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직관성, 데이터 모두 서비스 설계 시 필요한 수단이며 그 어떤 것이 더 가치 있고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함을 논할 수 있는 '타이밍'은 있습니다.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습니다.
"저는 평소에 이런 기능이 나오길 원했습니다. 있다면 충분히 사용할 것 같네요."
실제로 돈을 지불하면서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사용자의 속 다른 진심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호의적인 대답에 지불해야 할 비용은 0이지만, 실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단 돈 100원도 실리를 따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 서비스를 계속 사용할 의향이 있습니까? 질문에 70%가 '예'라고 응답.'
위와 같은 질문 항목을 종종 봤지만 옳은 질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반응 편향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합니다. 즉,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고자 우리가 듣고 싶은 답을 유도하여 질문했을 수 있죠. (서비스의 선호도를 객관적으로 묻고 싶었다면 별점이 나을 듯합니다.)
사용자의 피드백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일은 더욱 중요합니다.
Uxer의 직관이 필요한 타이밍입니다.
실제 사용자는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원하는 바는 명확하나 구체적으로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UXer는 피드백 결과보다 그 속에 있는 본질적인 니즈를 끊임없이 추적해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보이는 것 이상을 고민하는 데는 역시 큰 리소스가 필요합니다.
대부분 사용자 리서치 여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도 Uxer의 직관이 필요합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예상하고 '가정'하며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베타 버전을 선보이고 피드백을 받는 Lean 한 개발 방식으로 업데이트해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가정'은 가정일 뿐입니다. 사실은 아닙니다.
직관을 바탕으로 한 주관적인 논리는 지속적일 수 없습니다. 또한 서비스를 만드는 주체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주체(Target)와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그럴 때 데이터는 중요한 방향 지표가 됩니다. 데이터가 가정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데이터의 결과에 따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데이터는 모든 직군이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공용어'입니다. 개인의 관점이 아니라 동일한 선상에서 논의할 수 있고, 목표를 동일시할 수 있습니다. 예로 '신규 고객을 모집하겠습니다.'와 '신규 고객의 회원가입 전환율을 20%에서 30%으로 높이겠습니다.'는 목표와 구체적인 액션이 달라집니다.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말하기 전, 묻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데이터가 정말 필요한 시점인가요?
프로덕트의 '타깃'이 명확한가요? 그리고 '목표'가 명확한가요? 비즈니스 목표일 수도 있고, 제품의 목표일 수도 있습니다. 프로덕트의 성장도에 따라 아직 잠재 고객만 존재할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 설계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주요 페이지의 A/B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인 시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목표가 구체화되지 않았다면 우선순위 또는 데이터(Goal)를 논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측정하려는 데이터(Goal)와 해석하는 기준도 명확해야 합니다. 데이터로 이야기한다는 의미는 소위 '숫자'에 현혹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이밍이란 즉, 우리가 얼마만큼 논의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의미합니다. 어떤 회사(조직)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할 수 있는지도 다르고, 프로덕트의 성숙도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직관도 데이터도 모두 중요하지만 본인의 가치를 한쪽에 두기보다 회사와 프로덕트의 상황에 따라 중요도를 다르게 봐야 합니다. 그 타이밍을 혼자 판단하기보다 멤버들과 충분히 이야기해보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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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컨설팅 시절에서는 신규 서비스를 설계하며 데이터보단 직관적인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직관이 필요한 시기와 데이터가 필요한 시기가 있음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UXer가 고민해야 할 data'를 좀 더 알고 싶어 지훈 님의 데이터 드리븐 워크숍에 참여했습니다. 그 뒤로 작은 열정에 휩싸여(?) 스스로 A/B test 또는 KPI 지표 등을 고민해보았네요. 덕분에 과정 속에서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느낀 점이 많습니다. 고마운 충격이었습니다. 역시 해 봄이 중요합니다.
리뷰를 써보겠다 다짐 같은 약속을 하였는데, 올해가 가기 전 다시 브런치를 시작할 겸 이제야 적어봅니다. 글을 쓰는데도 '적절한 타이밍'이 필요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