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초이 Apr 26. 2020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 (하트)

누군가의 좋아하는 마음을 구경하며 행복해지는 순간


어제는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주말에 넷플릭스를 보면서 쉬는 일이 그렇게 좋았는데 갑자기 지루해졌다고. 관심을 돌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재미있는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소소한 재미들을 쌓다가도 문득 그것조차도 의미 없게만 느껴지는 노잼 시기가 온다고. 이유 없이 지루하고 답답해지는 순간에 어떻게 다시 회복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다 딱히 결론을 내리지 않고 푸념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오늘은 아무 일정도 없는 주말이었지만, 그렇다고 맹숭맹숭하게 쉬는 것도 지루하게 느껴졌다. 미세먼지로 가득한 하늘 때문에 마음껏 창문을 열고 숨 쉬는 작은 자유 초차도 누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갑자기 더 답답해졌다. 넷플릭스를 몇 번 돌리다가 모니터를 잠시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책장에서 발견한 책.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





좋아하는 마음을, 잊은 순간

작가가 열혈이 BTS나 세븐을 좋아했던 일화를 담은 문장을 보니 반가웠다. ‘맞아, 나도 비슷한 이유로 좋아했는데. 이 작가도 좋아하는 마음을 키워 이런 일까지 해봤구나,’라는 생각에 기분 좋게 마음이 요동쳤다.


입시미술을 준비하는 밤마다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오면 에픽하이 타블로를 라디오를 들었다. 매일 대화를 나누듯 라디오를 듣다 보니 생애 처음으로 '연예인'을 좋아하게 되었다. 격한 팬은 아니었지만 타블로가 쓴 가사와 책의 문장에 크게 공감했고, 장수 팬이 되어 종종 콘서트를 찾아갔다. 친구의 영어 선생님이 타블로의 형이었는데, 그분이 운영하는 LP바에 초대받아 놀러 갔다가 실제로 타블로를 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를 좋아했던 추억 때문에 더 반가운 순간들이 있었다. 누군가를 오랫동안 잔잔한 마음으로 응원한다는 건, 잠시 잊고 있었던 행복이었다.




좋아하는 마음이, 나를 더 잘 알게 한다

한 번은 내 인스타그램 피드를 본 지인이 이야기하길, 내가 귀여운 것들을 찾아서 올린다고 했다. 제주도 여행길에는 만난 귀여운 고양이, 개, 돌하르방, 빵, 구름 등 귀여운 것들을 수집했다. 누구나 귀여움을 느끼는 포인트는 다르지만, 남녀노소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마음은 같다. 생각해보면 찾은 귀여움 들을 친구들에게 보여줄 때 소소한 뿌듯함을 느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유용한 자료들이 되길 바라며 귀여운 것들을 더 열심히 모아야겠다.


그 외에도 취향이라 부르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좋아하는 것들이 생겼다.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챙겨 먹는 일이 그중 하나이다. 회사에서 끼니를 해결할 때는 간편식이나 식당 음식을 주로 먹었지만, 집에 머무는 일이 많아지면서 간단하고 건강한 끼니들을 조금씩 시도해보고 있다. 어제는 처음으로 숙성 연어를 400g 주문해봤다. 호밀빵에 올려 오픈 샌드위치를 해 먹고, 연어 김밥, 아보카도 연어덮밥을 만들어 볼 알찬 계획을 세웠다. 모두 처음 시도하는 일들이지만 이런 시도들도 언젠가는 취향이라 부를 수 있는 무언가가 될 수도 있겠다.




행복해지는 방법은 간단해요.
좋아하는 것을 더 자주 하고 싫어하는 것을 덜 하면 됩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잘 쓰는 법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듯이 좋아하는 마음도 오래 소비하다 보면 사라질 수 있다. 좋아하는 마음을 잘 쓰는 방법은 무엇일까. 작가의 말을 빌리면 인생은 단순한 균형의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일상의 큰 기쁨이 무너져도 순간의 작은 기쁨들이 또 채워질 수 있도록 크고 작은 기쁨들을 만드는 일들이 필요하다.


가령 넷플릭스를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가도 시즌이 끝나 더 이상 소비할 콘텐츠가 없다면, 커피를 내려 마시거나 아침식사를 준비해서 건강한 한 끼를 챙겨 먹는 것과 같이. 잠시 내려놓고 다시 또 다른 좋아하는 것들로 삶을 하나씩 채워나가면 된다. 좋아하는 마음을 너무 빠르게 소모하지 않기 위해서 크고 작은 것들로 행복 주머니를 두둑이 채워 두는 방법이다.


궤도를 벗어나 보자



지금 잠시 좋아하는 마음이 멀어졌다고, 그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잠시 쉬어가며 또 다른 좋아하는 마음들로 그 빈자리를 채워 나가면 될 일이다. 그러다 보면 다시 또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지곤 한다.





좋아하는 마음이, 흐르는 방향으로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마음은 항상 나를 이끌었다.

요가가 좋아 훌쩍 떠난 발리에서는 전생에 발리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즐거운 여행을 했고, 진학에 필요 없는 과목이지만 수학 선생님이 좋아 못하는 수학 1,000제 문제집의 문제를 다 외우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의 하루는 마음에 드는 책 속에서 발견한 책이나 작가의 글을 찾아 읽으면서 마음을 충전했다.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겨 본 지 꽤 오래되었다면,

누군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살펴보는 일로 꽤 충분한 하루가 되었다.


작가는 BTS에게 많은 영감을 받고 정말 깊이 좋아한다. 궁금한 마음에 나도 결국 BTS 다큐를 봤다...


링크




매거진의 이전글 [발리 여행기 2] 슬리퍼를 끌고 나가는, 쿠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