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어서 무기력할 때 뭐하면서 보내는지 공유해주라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점심에 뭘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정신이 없는 날이었다. 심지어 환절기 때면 의례 앓는 증상들이 찾아왔다. 비염이 심해지고, 눈은 건조하고 머리가 띵- 하다. 아침에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지만 뿌연 미세먼지로 해가 가려서 서늘한 기운이 들었다. 이불속 따뜻함을 박차고 나오기 힘들어 해가 뜰 때까지 조금 더 웅크리고 있었다. 잠이 오지는 않았고 여러 복잡한 생각이 많아지는 걸 보니, 머리를 비우고 에너지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몸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최대한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오늘은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찾기보다 자극으로 느껴지는 여러 가지 인풋으로부터 잠시 거리를 두기로 했다.
-
소리로부터 거리를 뒀다. 아침마다 잠을 깨기 위해 알람 대신 분위기 전환 용으로 들었던 신나는 아이돌 음악을 오늘은 스킵하기로 했다. 사실 주말 동안 쌓여있던 일들을 정신없이 살펴보다 보니 아무런 소리에도 귀 기울일 여유 없는 고요한 시간들을 보냈다. 점심 때는 책을 읽어주는 팟캐스트를 찾아내 공간을 잔잔하게 채워주지만 내용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잠시 틀어두었다.
-
그리고 감정으로부터 거리를 뒀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면 몸에 에너지가 부족한 것인지 감정이 다운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럴 때면 감정을 나와 분리시켜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오늘의 에너지와 기분을 하나의 세트로 묶고, 이를 색으로 기록하며 바이오리듬을 트래킹 하는 방법이다.
Happy / Energetic - Pink
Focused / Productive - Orange
Tired / Low energy - Yellow
Neutral - Green
Anxious / Stressed - Blue
Depressed - Grey
감정을 기록함으로써 ‘기분이 다운되는데 왜 인지 잘 모르겠어’라는 기분을 구체화하는데 힌트를 받을 수 있다.
‘지난주에는 Yellow가 많구나. 몸의 에너지가 부족해서 피곤하고 다운되는 것 같네. 고생한 나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주말에는 쉬면서 Pink로 채워보자’와 같이 객관화시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꾸준히 감정을 체크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컨디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오늘은 우선 에너지를 채워야겠다 싶어 고기와 전복을 시켰다!
-
최근 한 지인이 컨디션을 회복하려고 잠시 거리두기를 선언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잠시 모든 걸 꺼두고 많은 인풋들로부터 거리를 둔다했다. 비워내야 다시 좋은 것들로 채워낼 수 있음을 배웠고, 그렇게 멀어진 뒤 내가 회복하기까지 필요한 날들의 수를 이해하는 일이 다음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