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초이 Oct 23. 2020

요즘 집에서 뭐해 14. 진짜 관심 없는 분야 읽기

집에만 있어서 무기력할 때 뭐하면서 보내는지 공유해주라



14

진짜 관심 없는 분야 읽기




생굴은 식감이 어색해서 기꺼이 양보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익혀서 먹으면 어찌 삼킬 수는 있었지만 익혔다 해도 표고버섯 다음으로 싫어하는 음식이었다. 그러다 여행 중 들렸던 한 식당에서 에피타이저로 나온 정말 싱싱한 생굴을 맛보고서는 놀란 적이 있다.


그 날 많은 음식들을 먹었지만 몇 년이 지나고 그때의 생굴이 떠오르는 걸 보면, 기대하지 않은 영역에서 발견한 취향이 기억에 크게 남는 법인가 싶다.


요즘은 유투브에서 노래를 듣거나, 넷플릭스에서 영상을 보거나 심지어 장을 볼 때도 나의 과거의 관심사들을 기반으로 추천 알고리즘이 동작한다. 관심 있는 분야는 더 많이 자주 보이고 그만큼 관심 없는 분야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반응하는 나의 속도도 빠르다.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더 보고 싶고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듯하다. 마음에 드는 노래를 하루 종일 반복해서 듣기도 하지만 가끔씩은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만나다 보면 영역이 좁아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잠시 알고리즘의 추천을 배반하고 새로운 주제를 탐색하고자 눈길을 돌려보았다.

하나.

오랜만에 블로그를 들렸다가 미리 캐럴을 들으며 낭만적으로 연말을 기다릴 수 있겠구나 싶어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다. 작년 연말에는 올드 재즈로 부르는 캐럴을 연말이 지나가도록 들었는데 벌써 설렌다.

둘.

 유투브에서 ‘나중에 보기’에 넣어둔 영상을 다시 재생해보았다. 현대무용에서 안무를 어떻게 만드는지​, 북극곰들이 머무를 빙하가 없어서 사람이 사는 곳까지 내려와 쓰레기통을 뒤지는 이야기​등 영상들을 찾아보니 추천 영상에 새로운 주제들이 쌓여간다.

셋.

잡스 소설가를 다시 꺼내 읽는다. 소설과 인터뷰 글은 손이 잘 가지 않았는데  잡스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소설 속 실존하지 않는 세계를 만드는 소설가를 바라보니 그 과정에서 메이커로서 고민하는 많은 부분들이 공감된다. 그들이 만드는 세계관을 먼저 이해하게 되니 소설에 한 발자국씩 가까워진 느낌이다.





평소와 같은 저녁 시간을 조금 다르게 사용한 것 같다. 예전의 생굴처럼 발견하지 못한 영역이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고, 어떻게 하면 그 영역으로 차츰 넓혀갈 수 있을지 생각이 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