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어서 무기력할 때 뭐하면서 보내는지 공유해주라
종이 잡지 클럽에서 ‘부캐의 역습’이라는 매거진 주제를 발견했다.
예전에는 자신의 매력을 다양하게 드러내 개인을 브랜드화시키는 게 중요했다면 지금은 여러 모습의 자아에게 기회를 주는 부캐가 트렌드입니다. (DBR 307호 출처)
개인을 브랜드화하는 것과, 자아에게 여러 기회를 주는 것은 비슷한 듯 보이지만 곱씹어 읽어보면 미묘하게 다르다. ‘나’ 하나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여러 매력을 보여주는 방식이 개인의 브랜드화였다면, ‘나’의 본 캐릭터 외에도 나의 또 다른 (부)캐릭터들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 주는 게 부캐의 트렌드라고 이해된다.
예를 들어 놀면 뭐하니에서도 유재석의 부캐는 이제 8개가 되었다. 트로트 가수, 치킨집 사장, 프로듀서, 하프 연주자 등. 연관성이 전혀 없는 캐릭터들이라 이를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다. 누군가는 하프 연주자 유재석을 좋아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트로트 가수 유재석을 좋아할 수도 있다. 앞으로도 유재석이라는 한 사람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스토리가 무궁무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번 놀라고 있다.
주변에서 다양한 부캐를 가진 사람들을 만난 적 있다.
회사에서 만났던 한 개발자 분은 프로필 사진이 스킨스쿠버를 하는 사진이었다. 취미인지 물었더니 원래 본업이 스킨스쿠버 강사인데 부캐가 프리랜서 개발자라고 했다. 그 반대의 취미를 가진 경우는 봤지만 부캐가 개발자라는 사실이 아주 인상 깊었다. 회사에 안 계신 날이면 본캐를 찾아 바다로 가셨나 생각하곤 했다. 자동차 디자이너인데 요리 유투버이자 또 다른 부캐로 운동으로 바디 프로필에 도전한 지인도 있다. 그 외에도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글 쓰는 모임장도 하고, 닉네임으로 책도 내고, 그림도 그리는 부캐 부자인 지인도 있다.
아마 24시간을 나노 단위로 쪼개서 살거나 헤르미온느의 마법을 부리는 게 아닐까 싶다.
부캐를 잘 키운 사람들을 보면, 본캐와 부캐의 ON/OFF 스위치 전환이 잘되어 삶의 밸런스가 잘 맞는다는 인상을 준다. 부캐로 받은 새로운 지식과 에너지들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기도 하고, 본캐가 흔들릴 때 부캐가 잡아주는 덕에 멘탈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나도 회사에서는 많은 사람과 대화를 하고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며 머리를 가열하다가, 부캐로 돌아왔을 때는 정 반대의 시간을 보낸다.
아무 생각 없이 보낼 때도 있지만 무언가를 만들면서 에너지를 얻는 탓에 부캐의 힘을 빌린다. 부캐 1은 가만히 앉아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이렇게 소소한 글들을 쓴다. 부캐 2는 침대에 누워 흐물흐물한 그림들을 그리거나 고양이를 그린다. 정말 가끔씩 등장하는 부캐 3은 요리를 한다. 잔잔한 부캐들과 머리를 식히고 리프레시하는 시간을 잠깐이라도 꼭 가지려고 노력한다. 부캐 4가 생긴다면 운동을 격하게 할 수 있는 아이 었으면 어떨까...
여러분에겐 어떤 부캐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