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같은 편입니다만...

현직 공무원이 말하는 설득의 기술

by genie

#1. 나도 설득을 할 수 있을까?


설득을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하면 우리 일상 속에서 설득은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내가 누군가를 설득하기도 하고, 때론 누군가에게 설득이 되기도 한다.


간단한 예로 어제 먹은 점심식사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먼저 회사 안의 식당에서 먹을지, 외식을 할지도 여부를 결정한다. 그리고 외식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같이 식사한 사람 중 누군가는 점심 메뉴를 제안하고, 다른 사람들은 이에 동의해서 맛있는 식사를 했을 것이다.


어제 점심 식사를 정하는 과정에서 회사 안의 식당에서 먹고 싶었던 사람, 다른 메뉴를 먹고 싶었던 사람이 있다면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그 사람들을 '설득'한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 비추어보면 점심 메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딱히 설득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설득을 당했을 때 손해를 볼 것 같다는 피해의식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대게는 메뉴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입 밖으로 내기 전까진 설득하거나, 설득당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처럼 많은 설득을 경험하는데도 우리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흔히 통용하는 '설득'의 구성요소 중 한 가지인 '의도'가 없기 때문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이 부분에서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점심 메뉴를 정하는 것은 '나는 이 메뉴가 먹고 싶다.'라는 의도가 있지 않은가.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의 모든 행동은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보통 우리가 '별 다른 이유가 없이 행동했다'라고 하는 경우 역시 행동의 의도가 스스로에게 익숙하고, 평소와 다름이 없단 의미이지 '의도'의 부재를 의미하진 않는다.


따라서 '설득'의 구성요소인 '의도'는 내가 원하는 바가 존재하며, 이를 명확하게 이해했단 것을 의미한다. 대게 이런 '의도'는 설득의 결과가 나에게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때 두드러진다. 그리고 그 영향에 대해 본인이 인지를 하고 있을 때 상대방을 '설득'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인 A가 자취방을 구하려고 한다고 가정해 보자. A는 새로이 경험할 대학 생활과 그간 자취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던지라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자취방을 알아보면서 사회생활의 벽을 느끼게 된다. 생각했던 것보다 대학교 주변 자취방의 월세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한참을 발품 팔아 학교와의 거리, 집의 시설 등 모든 조건이 모두 마음에 드는 자취방을 찾은 A는 계약을 하기로 했다. 부동산에서 만난 집주인과 동행해 집의 상태를 한번 더 확인하면서 넌지시 말을 건네본다.


"방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새내기라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그간 모은 돈으로는 보증금도 간신히 내는데 그래도 꼭 여길 계약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혹시 관리비는 많이 나오나요?"


이미 관리비가 어느 정도 나오는지는 알고 있던 A는 계약서를 쓰면서 한번 더 집주인에게 물어본다.


"아마 이번에 계약하면 별다른 일 없다면 계약 연장도 하면서 오래 지낼 것 같아요. 너무 맘에 들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가능하시면 월세를 2만 원만 낮춰주시면 안 될까요?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다음에 재계약할 때는 기존 시세에 맞춰서 드릴게요. 소소한 잔고장은 제가 수리하고, 집도 깨끗하게 잘 쓸게요."


A의 사례와 점심식사 이야기를 비교해 보면, 앞서 이야기한 '의도'가 이해될 것 같다. 점심식사 사례보다는 A의 사례가 우리가 생각하는 '설득'의 상황과 비슷할 것이다. A는 '좀 더 저렴한 월세로 계약하기'라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고, 집주인을 자신과 같은 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과연 A는 월세를 할인받을 수 있었을까? 이 이야기는 설명을 위해 지어낸 이야기니 A는 월세를 할인받았고, 임차기간 동안 집을 깨끗하게 잘 관리해 할인된 월세로 졸업할 때까지 잘 지냈다고 기분 좋게 마무리해 보자.


이제 앞으로 다룰 '설득'에 대한 이야기는 A의 사례처럼 '의도'를 가지고 설득하는 경우에 대해 다룰 것이다. 이 경우 대게는 상대방도 역시 의도를 가지고 있다. 상대방의 의도를 이해하고 상대를 '설득'해서 내 편으로 만드는 일, 나의 의도에 동조하게끔 하는 일을 여러분도 할 수 있게끔 할 생각이다.


이 이야기만 들으면 '과연 내가 상대방을 잘 설득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내 대답은 '충분히 가능하다'이다.

누구나 '설득'을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끔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이 글에 담긴 내 '의도'이다. 나는 여러분을 내 의도에 동의하도록 '설득'할 생각이다.


이 글을 읽고 다음 글을 읽기 전까지 오늘 이야기한 두 가지 예시를 곱씹어보기 바란다. 두 가지 예시가 낯설지 않았듯 '설득'은 정말 흔한 일이며, 여러분이 처음 접하는 미지의 영역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설득을 해보았건, 당해보았건 이와 관련된 모든 경험은 여러분 각자의 고유한 '설득 기술'이 될 수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