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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ie Jul 19. 2023

영화음악과 직장생활

에필로그 「어른이의 영감은 영화에서 온다(2022)」

기한이 임박한 보고서의 마무리를 앞두고 막판 에너지가 필요할 때, 나의 베스트 노동요는 단연 히어로 영화음악이다. 지난 2012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여왕과 비밀요원의 스카이다이빙 퍼포먼스’ 그리고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피겨 금메달을 땄던 쇼트 프로그램을 기억하는가? 그렇다면 007 시리즈의 메인 테마음악이 당신의 귓가에 맴돌 것이다.  007뿐만 아니라, 제이슨 본, 이단 헌트(미션 임파서블), 아이언맨, 명탐정 코난까지 위기의 주인공들을 위한 배경음악을 듣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들처럼 만능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큐멘터리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헐리웃 유명 블록버스터를 중심으로 영화음악의 역사부터 작업과정, 파생효과(사회심리, 신경과학),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다양한 예시와 인터뷰로 흥미롭게 담아냈다.


여기서 작곡가는 감독의 모호한 느낌을 명쾌하게 풀어내는 스토리텔러다. <록키> 음악은 분주하게 시합을 준비하는 극 중 상황을 전달하고, <죠스> 음악은 ‘따-단‘ 2가지 음만으로도 당장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공포감을 준다. 마이클 지아치노 업(UP) 스코어를 들으면, 풍선이 두둥실 떠서 올라가는 상승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 크리스토퍼 놀란과 한스 짐머처럼 특정 감독과 작곡가가 협업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도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유추해 볼 수 있다.


클래식을 제외하고 현대 음악에서 오케스트라의 가장 큰 무대는 영화음악이다. 스튜디오 녹음 당일, 처음 보는 악보도 단번에 합을 맞춰내는 즉석 연주자들의 협연 장면은 마치 다른 세계를 보는 듯한 경외감마저 든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작곡가와 음악가라 한들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두 달 뒤 개봉 예정작의 음악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거리 곳곳에서 예고편과 포스터를 마주할 때 겪는 창작자들의 공포감을 소개한다. 한스 짐머도 <캐리비안의 해적><다크나이트><인셉션>과 같은 굴지의 영화음악을 작곡했지만 항상 감독이 첫 의뢰를 맡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한 감정이 앞선다고 고백한다.


직장에서 연차가 쌓여갈수록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고민은 오히려 점점 더 많아졌다. 특히나 가만히 있어도 생각이 많은 타입이라 고비가 올 때마다 와르르 무너지곤 했다. 가끔씩 사춘기 소녀보다 더 극심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다. 이성적으로는 당연한 현실임을 아는데, 마음이 버텨 내기 힘들 때가 많다. 그래서 직장인 에너지가 떨어질 때쯤 주기적으로 이 영화를 본다. 당장 일이 풀리지 않아 영화음악을 들으며 고민하는 나에게 이 엄청난 전문가들도 “괜찮아! 나도 그래!”라고 동지가 되어주는 위로감을 느낄 수 있다. 적어도 우리는 한스 짐머와 동지다.



함께한 영화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업(UP)(2009)

#인셉션(2010)

#바닐라 스카이(2001)

#매드맥스:분노의도로(2015)

#28일 후(2002)

#중경삼림(1994)

#인터스텔라(2014)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

#케빈에 대하여(2011)

#해피 이벤트(2011)

#아이언맨(2008)

#라라랜드(2016)

#미드나잇 인 파리(2011)

#비포 선라이즈(1995)

#우리도 사랑일까(2011)

#스코어:영화음악의 모든 것(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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