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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왜 이토록 아파트로 뒤덮이게 되었는가? 건축학적으로 도시학적으로 봤을 때 획일적인 풍경이 도시 미관을 해치며 폐쇄적 단지구조로 도시공간의 단절을 초래하는 아파트가 한국 주거의 표준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땅이 좁아 고밀도 아파트가 불가피하다, 한국 특유의 국가 주도 생산체제 관리가 주택 부문에서 아파트로 구현되었다, 혹은 정부의 소유 중심 주택정책 탓에 아파트가 중간계급의 재테크 수단지아 신분 상징물이 되었다 등이 가장 흔한 설명이지만 개운치 않다는 것이 저자의 출발점이다.
건축학자이자 건축학 교수인 저자는 '아파트 공화국'의 가장 근본적은 원인은 '아파트'가 아니라 '단지'때문이라고 제시한다. 초고층 아파트, 초고밀도 개발, 획일적 평면 등은 모두 부수적인 원인이고 아파트가 거대 단지로 개발된 탓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인구밀도 이야기를 하지만 도시지역만 따지만 한국의 대도시나 유럽의 대도시나 인구밀도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가 성공적으로 한국 도시개발의 표준이 된 것은 공원, 녹지, 주차장, 놀이터 등 도시환경에 대한 투자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급적으로 편의시설을 갖춘 거대 단지를 개발하는 것이 매우 "싸게 먹혔기" 때문이다. 국가 입장에서는 도시 환경에 대해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되고 단지 일정 수준 이상의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규제하기만 하면 살만한 도시가 만들어지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도로 정도만 뚫어주면 된다. 게대가 그런 편의시설 비용은 모두 수요자 부담이다. 도시공간이 녹지와 편의시설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인들이 "사적으로" 편의시설을 돈 모아 마련한 것이 아파트 단지다.
우리가 비교대상으로 삼는 유럽 대도시의 10층 이하 주거단지들은, 지난 수십년 간 도시 기반시설에 엄청난 공공투자를 해왔기에 가능한 것이다. 도시 어디에나 공원, 체육시설, 도서관이 있으니 자족적 아파트 단지를 선호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인간적 분위기가 나는 골목길과 성점가와 어우러지고 가까운 곳이 좋은 동네로 인식된다.
이렇게 단지별로 녹지와 편의시설을 마련해야 하니 넓은 옥외공간 확보가 필요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고층구조가 유리해진 것이다. 한국 아파트의 고층화의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바로 발코니다.
한국 아파트 평면의 특이점은 다른 국가의 동일면적 거주공간에 비해 넓고 밝다는 것이다. 그 1차적인 이유는 한국 아파트들이 전면 폭이 길고 깊이가 얕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30평대 아파트들도 4-bay 라고 해서 방 4개를 전면에 배치하는 구조가 흔하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발코니 면적은 아파트 공급면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분명히 '발코니'인데 아무도 '발코니'로 쓰지 않는 이 요상한 일들의 원인은 발코니 관련 건축 법규 때문이다. 90년대에는 발코니를 실내공간으로 전환하는 "불법"시공들이 워낙 많았고, 1998년에는 이를 합법화하기에 이른다. 공급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발코니를 폭 1.5m까지 실내공간으로 바꾸는 것을 허용한 것이다. 분명히 '발코니'지만 모두가 '확장'해서 쓰는 발코니의 존재는 한국 건축산업을 심각하게 왜곡하였다. 건축사들은 발코니 면적을 최대화 하기 위해 전면 폭을 최대한 길게 뽑았고, 최근 아파트들은 발코니면적이 전용면적의 절반 정도에 육박한다. 그러니 한국 아파트가 면적 대비 넓어보일 수 밖에 없지만 이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왜곡되고, 도시개발밀도가 심각하게 증가한다. 용적율 200%인 아파트 단지에서 실질적으로는 실내공간인 발코니의 면적을 포함하면 용적율 300% 짜리 아파트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발코니 면적이 '서비스 면적'이라고 하지만 당연히 분양면적에 포함되어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발코니 법규에 대한 저자의 깊은 안타까움이 전해진다.
그 밖에도 한국 아파트 구조의 여러가지 문제점과 역사적 사연들이 상당히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생각해보면 나도 수십년 '아파트 단지'에서 살았다. 특히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신축이라 면적대비 집이 아주 넓고, 단지 내에 다양한 편의시설들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갖추어져 있다. 지금까지 별 생각없이 요즘 트렌드구나, 싶었던 당연한 사실들에 대해서 이런 새로운 통찰을 알게 되고 새로운 시야를 가지게 되는 것이 독서의 큰 즐거움 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