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이타주의자>, 제임스 맥어스킬

★★★

by 독서의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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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이타주의자" 혹은 "효율적 이타주의자", 생소한 개념이다. 이타주의자와 냉정함이라는 단어는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다.



"냉정한(합리적) 이타주의자"를 단순하게 설명하면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타인을 도울 수 있는지를 '합리적'으로 분석한 후 가장 효율이 높은 방법으로 기부를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자선단체에 소액기부를 하고 있다. 그들이 기부를 할 단체를 선택하는 과정은 대체로 감정적이다.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의 사진이나 자연재해로 삶의 터전을 읽은 사람들의 허망한 눈동자를 보고서 몇만원 정도의 금액을 적당한 단체에 정기후원하기로 결정하고, 정기적으로 날라오는 '결연아동'의 미소가 담긴 사진을 보고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만족해 한다. 좋은 의도가 오히려 나쁜 결과를 낳거나 비효율로 전락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효율적인 기부와는 거리가 멀다. 일대일로 아동과 매칭하고, 처참한 자연재해를 복구하기 위해 기부를 하는 것은 기부자에게 '극적인' 기분을 줄 지는 모르지만 금액대비 성과는 상당히 낮다. 기부금액이 작으면 매 기부금액을 관리하기 위해 들어가는 관리비용/고정 비용을 빼고 남는 기부할 금액은 상당히 작다.



그리고 아이들을 일대일로 지원하는 것이나 어쩌다 한 번 있는 자연재해를 복구하는 것보다 위태로운 보건환경에 놓여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꿀 수 있는 일, 예를 들어 말리리아 사망률이 상당히 높은 아프리카 가정에 모기장을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금액대비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 훨씬 효율적이다.



그렇다면 감정적 요인들을 무시하고 타인의 삶과 전 지구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예를 들어 평범한 직장에서 받는 월급으로 매달 10달러씩 소액기부를 하는 것보다는 월스트리트의 탐욕스러운 펀드매니저가 되어 거액 연봉을 받고서 연봉의 10%를 아프리카에 모기장을 보급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자선단체에 몽땅 기부하는 방법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효율적인 방식이다. '합리적 계산'에 따르면 이 방식은 의사가 되어 봉사활동을 하는 것보다, 그리고 자선단체에서 일하는 시민운동가가 되는 것보다 훨씬 파급력이 큰 일이다.



하지만 고액연봉을 받는 펀드매니저가 되지 못한다면?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이타주의자적 방식은 가장 효율적으로 자선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기부를 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런 단체를 골라내기 위해서 '합리적 이타주의자'들은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 접근법을 통해 현재 존재하는 수많은 자선단체들의 '활동 효율'을 정량적으로 분석한다. 마치 자동차 연비를 계산하듯, 기부받는 금액 대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많이 향상시켰는지를 모델링하고 계산해서 그 결과를 공개한다. 실제로 많은 유명한 자선단체들은 감정적 마케팅과 기부금 모금 활동에 많은 돈을 쏟아부으면서 실제로 자선활동에 들어가는 돈은 많지 않다는 결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떤 부분에서는 사람의 감정과 심리, 삶의 질과 행복을 포함한 세상 모든 것들을 모조리 정량적인 기준으로 분석해 하나의 숫자로 표현해 버리는 그들의 방식에 진저리가 나기도 하지만,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만한 '합리적 이타주의자'의 방식은 구체적 실천을 위한 깨달음을 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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