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시바쇼텐 (奥芝商店 駅前 創成寺)
지금은 삿포로역 지하에 입점해 있지만 사실 오쿠시바쇼텐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찾아가기 힘든 지역에 숨어 있었고 그럼에도 많은 일본인들이 이곳이 최고라며 찾던 수프카레집이었다. 식사시간은 물론이고 식사시간을 제외한 영업시간까지 그렇게 사람들이 줄을 서며 붐비더니 결국은 삿포로역 쪽까지 기어이 이사를 가 버린 것이다. 옛 민가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주택에서 고즈넉하게 카레를 먹던 그때가 나는 훨씬 더 좋았지만 짧은 일정으로 관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접근하기 편리한 삿포로역에 자리 잡은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삿포로의 민가 안쪽에 숨어있는 오쿠시바쇼텐은 언뜻 봐선 음식점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기 쉽지 않았었다. 인적이 드문 주택가에 부자연스럽게 사람이 몰려들어 있는 광경을 보고서 일반 주택이 아니구나... 하며 두리번거리면 뭔가 가게의 힌트를 하나씩 찾아낼 수 있었을 뿐.
내부로 들어가면 그 상황은 점입가경. 좀 넓은 개인 주택을 식당으로 쓰고 있는 것이라 그냥 남의 집에 쳐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었다. 방의 문짝을 떼어내고 마치 어제까지도 썼을 것 같은 생활 물건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물론 보기 싫거나 그런 건 아니고 조심스럽게 오랫동안 써 온 옛날 생활 물건들이 자연스럽게 있다는 느낌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이런 곳이 무척 반가울 것이다.
그런데 왜 이곳을 굳이 폐쇄했을까... ㅠ_ㅠ 오너의 선택을 일개 여행자인 내가 탓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삿포로의 옛 민가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던 그곳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무척 아쉬운 일이 되었다.
오쿠시바쇼텐의 수프카레는 자극적이지 않다. 자연의 맛을 모토로 하기 때문에 주재료로 하는 채소들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좋은 채소를 재배하는 농가에서 직접 가져오는 채소를 최대한 숨을 죽이지 않고 식감을 살려 조리한다. 그리고 그런 이유 때문에 한번 먹어보고는 이곳의 진짜 맛을 알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소문만으로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는 마치 황송한 음식이라도 받은 양 온갖 호들갑을 떨며 감탄사를 뱉어내는 옆 테이블의 일본 손님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찾는 동안 채소의 남다른 식감과 국물 안에 숨어있던 품위 있는 여린 맛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북해도 채소의 진가를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오쿠시바쇼텐을 기억해두자.
주소 北海道札幌市中央区北4条西1丁目 ホクレンビル B1F
오픈 11:00~22:00
휴무 부정기
가격 토핑에 따라 1300엔~200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