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로 (心)
17종의 홋카이도산 계절 야채라니,
호기심에 가슴이 두근두근
삿포로가 워낙 수프카레로 유명한 도시이다 보니 맛있는 수프카레 집들이 시내에 무척 많이 존재한다. 그 때문에 삿포로로 여행을 떠나는 지인들에게 수프카레집을 추천해달라는 말을 들으면 조금 난감해진다. 여행객들이 가기 쉬운 위치에 있는 곳이라던가, 특이한 수프카레 라던가,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곳이라던가 하는 조건들이 붙으면 한결 고르기가 쉬워지는데 야채가 맛있는 집이라는 조건을 붙이면 독보적으로 떠오르는 곳이 바로 여기, 코코로(心)이다.
코코로는 여러 책자와 잡지에 등장해 나름 알려진 집이지만 내 생활권 밖이던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오랜 시간 가보지 않고 있었다. 홋카이도 대학의 단풍구경을 가던 날, 그 근방에 이 집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 내고는 드디어 가 볼 기회를 잡았다. 생각보다 걷기에 조금 멀었고, 골목 안쪽에 조그맣게 위치해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가게 입구도 특이하게 생겼는데 선명한 주홍색의 외벽에 잠수함을 연상시키는 생뚱맞은 철문이라 가까이 갔다가 몇 발짝 다시 뒤로 가서 가게 이름을 한번 더 확인해야 했다. 재미있는 건 나 같은 사람이 꽤 있는 건지 문짝의 동그란 유리창 아래로 '점내입구, 영업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처음 가 보는 가게에서는 늘 인기 NO.1을 주문하는 편이다. 가게를 대표하는 메뉴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여러 사람들이 고른다는 뜻이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코코로의 인기 NO.1은 닭고기 야채카레. 평범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붙어있는 설명은 심상치 않아 보였다. 17종의 계절 야채가 들어있다고 하는데 지금 당장 나더러 야채의 종류를 생각해 내라고 해도 17종을 생각해 내기도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홋카이도산 야채가 그렇게 많이?
... 호기심에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아.. 접시를 받아 든 순간 정말 헉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커다란 그릇에 생각할 수 있는 채소는 전부 들어있었다. 묘한 오기에 그걸 일일이 다 세어보았는데 정말 17종이다. 채소가 맛있기로 유명한 홋카이도에서 재배되는 채소들을 쓴다고 하니 맛없는 재료를 찾는 건 아마 힘들 것이다. 특이한 건 토마토. 스프카레를 좋아해서 수십 군데를 다녀봤지만 토마토가 들어있는 스프카레는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 감자, 브로콜리, 양배추 같은 것들이 수프카레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토마토도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거기에 국물과 함께 품질 좋은 일본산 햅쌀로 지은 밥을 한 숟갈 얹으면 크~~ 정신없이 그릇 속으로 빠져들어갈 수밖에 없다.
볼록해진 배를 붙잡고 가게를 나서는 길에는 만족스러운 포만감에 뿌듯해진다.
주소 北海道札幌市北区北15条西4丁目2 シティハイム N15
오픈 매일 11:30~22:00
휴무 부정기 (매장에 문의해야함)
가격 닭고기 야채카레 1380엔 (평일 점심엔 1280엔)
홈피 www.cocoro-soupcur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