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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iusduck May 03. 2020

첼시_건강하고 화사한 한 끼

포케 웍스 (Poke Works)

몇 달 전쯤, 미용실에서 잡지를 뒤적이다가 우연히 포케 웍스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됐다. 포케는 회를 샐러드나 밥 등과 함께 얹어먹는 음식으로 하와이에서 유래했는데 뉴욕에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설명이 꽤 자세해서 글을 읽는 동안 회덮밥과 비슷한 형태와 맛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흥미가 생겨 포케라는 음식에 대해 조금 더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역사가 깊은 음식은 아니었다. 굳이 기원을 찾자면 고대 하와이 사람들이 갓 잡은 날생선에 해초나 쿠쿠이너트 같은 것들을 넣어 비벼먹은 것에서 찾을 수 있긴 하지만, 중국과 일본인들이 이민자로 들어온 시기에 참기름이나 간장 같은 재료들을 들여오면서 지금의 형태와 가까운 음식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민자들이 늘면서 포케에 활용되는 재료는 점점 늘어났다. 소스에 살짝 재운 생선회를 중심으로 문어나 새우 같은 해산물을 넣기도 하고 파래, 미역, 톳, 김 같은 해조류를 주로 넣는다. 이걸 반찬삼아 흰밥과 먹기도 하고 비벼먹기도 하는데 뉴욕에서 포케를 접한 나는 비빔밥이랑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쌀밥을 베이스로 양념한 각종 채소와 해조류, 신선한 회를 소스에 비벼먹는다니, 느끼한 음식에 지친 나에게는 반가운 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포케웍스는 대만 이민자 출신인 케빈 슈와 그의 동생, 친구들이 함께 설립한 회사로, 하와이 여행 중 애정하게 된 음식을 미국으로 돌아와 현지화에 성공하게 됐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뉴욕에서 접하는 음식들은 대체로 기름지고 부담스러웠다. 대수롭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비만인들인 것이 자연스러운 것도 일상 음식들의 그런 형태 때문일 것이다. 건강을 생각하고 다이어트를 생각해서 음식을 선택하려면 비용적인 측면의 벽이 생각보다 높은 편이다. 그런데 맛있는 건강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접할 수 있는 브랜드가 등장한 것이다. 게다가 뉴욕은 몇 년 전부터 건강식이 큰 이슈가 돼 온 곳이다. 포케웍스가 2015년에 문을 열어 채식과 건강식 이슈의 바람을 타면서 2017년에는 선풍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인기를 누린것은 그런 지역적 특성 덕택일 것이다. 지금은 미국 전역에 50여 개의 지점이 있고 24개 지점이 오픈 대기 중에 있다.


푸들양과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첼시에 있는 포케웍스로 향했다. 특히나 채식과 건강식을 좋아하는 푸들양은 무척 기대가 되는 모양이었다.

열 평이 채 안 되는 조그만 가게는 점심시간 무렵이 되니 순식간에 사람들이 긴 줄을 섰다. 주문하는 방법은 치포틀레 멕시칸그릴과 비슷했으나 밀려드는 사람 때문에 조급한 나머지 ‘대충 담아주세요’가 돼 버렸다. 원래는 밥의 종류를 고르고 회를 고르고 채소나 해조류 같은 다양한 고명을 고른 뒤 소스를 고르면 된다.

눈앞에는 이걸 다 같이 먹어?라고 생각할 만큼 많은 종류의 재료가 펼쳐져 있다. 고기가 없는데도 하나도 아쉽지 않을 정도다. 거기에 색상도 화려해서 접시에 아무렇게나 담아도 모양이 너무 예뻤다.

푸들양과 내가 담아온 포케는 그렇게 하래도 힘들 만큼 맛이 달랐다. 그게 희한했다. 비슷한 종류의 음식을 비슷한 소스에 비비는데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맛이 다르다니 재미있었다. 뉴욕에서는 보기 힘든 해조류인 미역줄기와 참기름, 깨와 초고추장을 넣고 비비니 이건 정말 회덮밥이다. 두부와 아보카도, 땅콩을 넣고 달콤한 소스를 넣은 포케는 담백한 샐러드 느낌이다. 이색적이고 건강한 음식에 호기심 많은 뉴요커들에게 인기 있는 건 당연해 보인다.



위치 : 63 W 37th St, New York, NY 10018

전화 : 212-575-8881

오픈 : (월-금)11:00-21:00, (토-일)11:00-20:00

홈피 : www.pokewor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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