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자신감(Creative Confidence)에 대해서
디자인씽킹의 창의성은 자신감 있는 몰입에서 시작된다.
'디자인씽킹, 논어를 만나다' 지난 글타래에서 디자인씽킹은 혁신의 방법론이 아니며, 그 철학을 확인하고,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그중에서 디자인씽킹의 인간 중심의 혁신과 논어의 사람중심의 철학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논어의 사람중심 철학이 디자인씽킹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글타래에서는 디자인씽킹의 두 번째 철학에 대해서 알아보고, 논어와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 먼저, 디자인씽킹의 두 번째 철학인 '창조적 자신감(Creative Confidence)'에 대해서 확인해 보자.
디자인씽킹의 두 번째 철학은 ‘창조적 자신감’이다.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IDEO의 창업자이며, 스탠퍼드 디스쿨을 설립한 데이비드 캘리는 TED에서 창조적 자신감을 얘기했다. TED의 짧은 강연에서 데이비드 캘리는 심리학계의 거장 앨버트 밴두라를 만나서 '뱀이 있는 방에 들어가는 방법'에 대한 사례를 듣고, 잘 정제된 프로세스가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으며, 그것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힘이 됨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사례로 소개해 준 내용이 바로 'MRI 촬영기기 재디자인' 사례이다. 그리고, 데이비드 캘리는 자신의 소명으로 사람들에게 창조적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노학자가 된 지금도 스탠퍼드 디스쿨에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가고 있다. [1][2]
GE의 엔지니어 더그디츠는 자신이 개발한 MRI가 어린아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도구가 된 것이 슬퍼서 기기와 공간을 재디자인 한 사례이다.
(디자인을 수정한 이후, MRI 촬영 시 아이들이 진정제를 맞는 비율을 80%에서 10%로 개선시켰다.)
- 출처 : TED, 데이비드 캘리의 강의 내용 중
혹자들은 창의성이 서양 혁신의 근간이라 설명하고, 동양의 철학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얘기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 유교의 철학은 창의성을 키우지 못하는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공자의 논어, 조선시대의 성리학 등 핵심 철학을 잘 들여다보면, 창의성에 대한 강조를 확인해 볼 수 있다. [3]
창의성의 첫 단계는 바로 관찰이고, 관찰을 넘은 탐구와 질문을 통하여 깊은 고민에 빠질 때 비로소 새로운 앎을 발견하게 된다. 관찰, 탐구, 질문 등을 통하여 깊은 고민 즉, 몰입에 이를 때 세렌디피티가 찾아온다고 한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란 몰입하다가 어느 순간 우연히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말한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비중의 깨달음에 '유레카'를 외쳤던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4]
이와 같이 생각과 사유, 몰입의 중요성은 논어 속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위정편에서 '배우기만 하고 사색하지 않으면 학문이 체계가 없고, 사색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오류나 독단에 빠질 위험이 있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공자께서 "사야, 너는 내가 많이 배워서 그것을 외우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하자, 자공이 "그렇습니다. 아닙니까?"라고 하였다. 그러자 공자께서 "아니다. 나는 처음부터 하나로써 관통하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즉, '일이관지(一以貫之)'를 통한 몰입으로 그 깨우침의 방법과 중요성을 알려주고 있다.
子曰: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자왈: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子曰: "賜也, 女以予爲多學而識之者與?" 對曰: "然, 非與?" 曰: "非也. 予一以貫之.
(자왈: "사야, 여이여위다학이식지자여?" 대왈: "연, 비여?" 왈: "비야. 여일이관지.")
<논어> 위정편(爲政篇)
논어의 이인편에서 공자께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삼아, 나의 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써 관통되어 있다."라고 하자 증자가 "네"라고 답하였다. 공자가 나가자 문인들이 증자에게 물었다. "무엇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선생님의 도는 충서(忠恕) 일뿐이다"라고 하였다. 즉, 공자의 핵심 철학은 하나로 관통되어 그 맥을 같이 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는 논어에서 이야기하는 핵심 철학은 바로 하나로 연결될 수 있으며, 몰입을 통하여 '충', '서', '인'과 같은 핵심 개념들을 만들어 내는 창의성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子曰: "參乎! 吾道一以貫之." 曾子曰: "唯!" 子出, 門人問曰: "何謂也?" 曾子曰:"夫子之道, 忠恕而已矣." (자왈: "삼호! 오도일이관지." 증자왈: "유!" 자출, 문인문왈: "하위야?" 증자왈: "부자지도, 충서이이의.")
<논어> 이인편(里仁篇)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공자의 사유 방식과 루트번스타인이 제시한 13가지의 생각도구를 가지고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자의 사유 방식에서 루트번스타인이 제시한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 인식, 패턴 형성, 변형적 사고, 유추, 감정이입 등의 창의적인 생각도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서 공자는 위와 같은 생각도구를 활용해서 창의적인 사고를 일상화하였고, '충', '서', '인'과 같은 새로운 핵심 개념들을 만들어 냈으며, 그것을 제자들에게 생각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잘 교육하여 창의성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5]
이제까지 우리는 디자인씽킹의 창조적 자신감과 논어 속의 창의성에 대해서 확인해 보았다. 동양과 서양의 창의성이 관찰과 탐구, 끊임없는 사색과 질문을 통하여 몰입에 이를 때, 창의성이 발현되고 그것이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역할을 함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다음 편에서는 디자인씽킹의 세 번째 철학인 '다양성 협력(Collaboration with Diversity)'에 대해서 알아보고, 논어 속에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
[1] David Kelley, How to build your creative confidence, TED, 2012.03
[2] Tom Kelley, David Kelley, 유쾌한 크리에이티브(Creative Confidence), 청림출판, 2014.01
[3] 박균섭, 조선시대 성리학과 창의성에 관한 시론, 한국인격교육학회, 2013.04
[4] 권기균, 창의력 그 발상의 전환과 융합, ScienceTimes, 2011.02
[5] 김재경, 공자의 사고방식과 창의성의 관계, 한국유교학회, 2017.12
[6] Genie Yang, 디자인씽킹, 논어를 만나다(1편), Brunch, 20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