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터의 몰입과 그릿, 그리고 디자인씽킹
이전 글을 통해서 이노베이터의 자기열망,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두 가지 방법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 보았다. 하나는 다니엘 핑크(Drive)를 통하여 자발적인 동기부여가 자기열망을 불어 일으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사이먼 사이넥(Start with Why)을 통하여 본질적인 근원이 사람들의 공감과 동감을 만들어 낼 수 있고, 결국에는 감동으로 이어져 행동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관점이었다. [1]
이 두가지의 실마리는 이노베이터의 자기열망을 불러 일으키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지속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물론, 중간 중간 또 다른 이벤트와 액션을 통하여 자기열망과 열정을 지속 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어렵고 힘든 이노베이션을 위해서는 분명히 부족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에서 혁신을 얘기하지만, 그러한 문화와 기반이 부족한 기업일수록 새로운 이노베이션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은 더욱 많으며 그 높이도 높을 것이다. 많은 이노베이터들은 높고 낮은 산들을 하나씩 넘으며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위해서 한발 한발 나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현실과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을 하며, 스스로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최선의 선택을 통해서 만들어 낸 이노베이션이라며 자위하기도 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이노베이터의 자기열망을 보다 더욱 강하게 본질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확인한 두 가지 관점에 대해서 논해 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 실마리는 ‘몰입'에 대한 관점이며, 두 번째 실마리는 ‘그릿'에 대한 관점이다. 두 가지 관점을 가지고 어떻게 이노베이터의 자기열망과 열정이 연결이 되며, 더욱 지속할 수 있는지 수수께끼를 풀어 보도록 하겠다.
먼저, 첫번째 해결의 실마리인 ‘몰입'의 관점이다.
몰입의 이론을 최초로 제안한 학자는 칙센트 미하이 교수로 그는 ‘무엇이 삶을 의미있게 하는가'에 대해서 묻는다. 행복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몰입' 상태를 일으키는 활동들을 통해서 즐거움을 찾고 지속적인 만족감을 느낄수 있다고 주장한다. [2] 국내에서도 ‘몰입'의 열풍을 불러 일으킨 황농문 교수 또한 그것을 주제로 본인의 경험과 수 많은 사례들을 바탕으로 ‘후회하지 않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 몰입을 활용할 것을 주장한다. [3] 특히, 몰입의 두번째 이야기에서 신념의 뇌과학 부분을 통해 가치관의 형성과 소명의식, 그리고 의미있는 삶이 결국 신념을 만들어 내고 행복하면서도 높은 경쟁력을 만들어 낸다고 하였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에서도 프로는 자신이 하는 일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고 목숨을 걸고 혼신을 다하는 반면, 아마추어는 자신이 하는 일에서 평생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의미를 찾지 못한다고 하였다. 자신의 일 하나하나에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프로는 흥분되고 희열에 넘치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프로는 매사에 목숨을 걸기 때문에 자기 능력의 한계를 발휘하고 그것을 넓혀갈 수 있다. 즉, 메슬로우의 욕구단계에서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을 하게 되는 것이다. [4] (메슬로우의 욕구단계에 대해서 그가 죽을 때, 그가 만든 피라미드를 뒤집어야 한다고 회고했다고 한다. 이는 ‘자기실현'이 원초적인 욕구보다 우선한다는 의미로 그만큼 ‘자기실현'의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러한 몰입을 시작한 이후에는 신문이나 TV 등 다른 일을 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게 느껴지고, 그런 모든 에너지를 아껴서 몰입하고 있는 일에 쏟아붓기에 빠쁜 느낌을 받는다. 이와 같은 몰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때, 이노베이터의 열정과 열망은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죽기 전 후회없는 삶에 대한 고민을 하였고, 아주 작은 ‘몰입'을 경험하였다. 먼저, 후회없는 삶에 대한 첫 번째 고민의 시기는 대학생 시절이었고, 당시에는 마땅히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약간의 허무주의 철학으로 빠져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느낌으로 모든 것은 상대적이며 죽음에 대한 생각 또한 상대적인 관점으로 지금 생각하면 약간은 아들러 철학의 관점으로 결론을 내린 듯 하다. 그리고 두 번째 고민의 시기는 사회 생활을 막 시작하면서, 나는 왜 여기에서 이 일을 하고 있는가로 시작한 고민이 삶의 목표를 이것 저것 세워보며 인생의 로드맵이라며 수첩에 기록하고, 벽에 붙여 놓기도 했었다. (그 당시에는 참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은 듯 하다. 그것에 영향을 받아서 눈에 보이는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 등 이런 저런 실천을 적지 않게 했었던 듯 하다.) 그리고 세 번째 고민의 시기는 결혼 후, 아이들이 생기면서 시작된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삶이 스스로에게도 후회하지 않는 삶이 되며 아이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삶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였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최선을 다하는 삶'이라는 일반적인 결론에 도달하였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보여주며 스스로에게 후회되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하곤 하였다. (그 고민을 하던 시점에 ‘행복', ‘죽음'에 관한 책들을 통해서 나름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후회하지 않는 삶에 대한 고민이후, 처음으로 약간의 ‘몰입'을 경험 할 수 있었다. 그 때는 그 일이 너무나 즐거웠고, 하루 종일 밥을 먹지 않고 그 고민만 해도 재미 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누가 말리더라도 나는 그 일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 하고자 하는 열정이 넘쳐 났으며, 잠을 자도 꿈에 나타나는 경험을 한동안 지속하였다. 삶을 살면서 공부와 책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그 일과 관련된 것이라면 이론, 책, 논문, 학자들 등 일부러 찾아다니며 공부하였다. 그게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결과, 그 일은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냈고, 나의 아이들에게도 부끄럽지 않는 삶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하나의 소재가 되었다. 이처럼, 그 일이 이노베이터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의미 부여를 통해서 몰입에 이르게 하는 것이 이노베이터의 열정을 지속시키는 아주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찾은 이노베이터의 열정을 지속 시킬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이다.
두번째는 ‘그릿'의 관점이다.
최근 출간되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속하고 있는 ‘그릿'이라는 부분은 안젤라 덕워스 교수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를 수행해서 찾아낸 이론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5] 안젤라 교수가 주장하는 ‘그릿'이란 TED에서는 ‘기개'라고 번역을 하고 있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을 하면, 열정적인 끈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릿’을 기르는 네 가지 방법으로 첫째, 자신이 하는 일을 진정으로 즐기는 ‘관심’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둘째, 어제보다 잘하기 위해 매일 단련하는 끈기있는 ‘연습’이다. 셋째, 자신의 일이 중요하다는 확신이 들며 다른 사람들에게 또한 중요한 의미를 주는 ‘목적’이다. 마지막으로, 위기에 대처하게 해주는 끈기인 ‘희망’이다. 즉, 관심, 연습, 목적, 희망의 네 가지 심리적 자산을 강화하여 ‘그릿'을 키워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릿'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눈여겨 본 부분은 의식적인 연습과 몰입에 대한 관점이었다. 의식적인 연습에 대해서 아직 개인적인 경험을 하지 못하여서 동의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제법 있었지만, 몰입의 관점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한 개인적인 경험과 맞춰가며 상당부분 공감이 되는 내용들이었다. 의식적인 연습을 주장하는 에릭슨 교수는 “숙련된 사람들은 수행 중에 가끔씩 매우 즐거운 상태를 경험할 수 있지만, 이런 상태는 의식적인 연습과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6] 그 이유가 연습은 신중하게 계획되는 반면, 몰입은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이며, 의식적인 연습은 현재의 기술보다 어려운 수준의 과제를 습득하도록 요구하지만, 몰입은 과제와 기술이 엇비슷할 때 주로 경험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의식적인 연습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만 몰입은 정의 자체가 ‘노력이 필요 없는 상태'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반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재능의 발달에 대해 연구하는 이들은 복잡한 기술을 배우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연습은 매우 지루하고 불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결코 자명한 결론이 아니다.” [2] ‘그릿'의 저자 안젤라 교수는 두가지 상반된 이론을 아주 예쁘게 조합을 한다. 투지가 강한 사람은 의식적인 연습을 더 많이 하고 몰입도 더 많이 경험한다. 즉, 의식적인 연습은 준비과정에, 몰입은 실제 수행 중에 필요하며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릿'에 개인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목적'에 관련된 설명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보면, 아주 쉽게 이해가 될 듯 하다. 세 벽돌공에서 물었다.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첫번째 벽돌공은 “벽돌을 쌓고 있습니다.” 두번째 벽돌공은 “교회를 짓고 있습니다.” 세번째 벽돌공은 “하느님의 성전을 짓고 있습니다"라고 답하는 우화를 보면 이해가 된다. 이와 비슷한 관점으로 앞서 언급한 ‘Start with Why’의 내용과도 연결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조금 더 ‘일'과 관련된 관점으로 넘어가면 ‘Job Crafting’이란 이름으로 본인의 일에 의미를 부여를 통하여 일의 즐거움을 찾는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7][8]
‘그릿'에서는 의미를 부여하며 목적의식을 가지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그릿'이 높은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궁극적 목적이 자신보다 큰 세계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즉,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의 목적과 의미 부여를 자기중심적인 관점에서 출발해 이타주의적인 목적으로 전환 될 때, 목적의식이 더욱 커진다고 한다. 즉, 처음에는 ‘자신’을 위한 의미 부여에서 ‘자녀들', ‘고객', ‘내 학생' 등 특정 타인으로 의미 부여가 넓어 지며, 더욱 크게는 ‘세계 평화', ‘인류의 행복한 삶' 등 으로 확장되어 그 목적의식이 더욱 강화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몰입', '그릿' 두 가지 관점을 바탕으로 이노베이터의 자기열망과 열정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 보았다. 이러한 관점은 디자인 씽킹의 인간 중심 철학과도 대부분 일치한다. 디자인 씽킹에서 인간 중심 철학은 이노베이터의 관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특히 최근에 출간되고 있는 디자인 씽킹 석학들의 책들의 흐름을 보면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스탠포드 대학의 디자인씽킹의 철학은 ‘이노베이션'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노베이터'를 만드는 것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서 디자인 씽킹의 사례나 프로세스에 대한 설명을 그렇게 많은 영역과 시간을 할당 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작은 성공들을 만들어서 그것을 습과화 시켜, ‘성취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노베이터의 행동과 마인드에 관심을 가진다. ‘성취습관'은 스탠포드 D-School의 교수로 있는 버나드 로스 교수의 ‘Achievement Habit’의 한국어 판이다. [9] 더불어 최근에 출간된 ‘디자인 유어 라이프'의 빌 버넷 교수 또한 디자인 씽킹을 개인의 삶에 먼저 적용할 것을 주장하며, 그 방법론을 소개해 주고 있다. [10]
이와 같은 디자인씽킹의 철학을 바탕으로 이노베이터의 자기열망, 열정을 불러 일으키고,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결국에는 자신에 대한 이해가 가장 먼저 선행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것이 전제가 되어, 이타적인 ‘목적’이 명확해 질 때,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고 몰입을 통하여 즐길 수 있으며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런 상황이 지속 반복 될 때, 진정한 이노베이션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글을 통해서는 조금 더 인문학적인 접근을 통해서 이노베이터의 자기열망, 열정을 통해서 ‘행복한 삶', ‘후회하지 않는 삶', ‘제대로 된 리더의 삶'을 통해서 제대로 미치는 방법에 대한 고민들을 공유해 보도록 하겠다.
- Do First & Think Hard.
출처
[1] 무엇이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가? (1/3), Genie Yang
[2] Flow (도서), Flow (TED 영상), Mihaly Csikszentmihalyi
[3] 몰입 (도서), 몰입 두번째 이야기 (도서), 공부하는 힘 (도서), 플라톤아카데이 강연 (영상), 황농문
[4] 욕구 단계 이론, 네이버 지식백과
[5] 그릿 (도서), 성공의 열쇠는 바로 ‘기개'다 (TED 영상) , Angela Lee Duckworth
[6] 1만 시간의 재발견 (도서), 1만 시간의 재발견 (Youtube 영상),Anders Ericsson
[7] 일이 즐거워지는 변화 (SERI 보고서), 임명기
[8] What is Job Crafting…, Amy Wrzesniewski
[9] 성취습관 (도서), The Achievement Habit, Talk at Google(Youtube 영상), Bernard Roth
[10] 디자인 유어 라이프 (도서), Talk at Google(Youtube 영상), Bill Bernett & Dave Ev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