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따뜻한 말 한마디
"You are the greatest woman
in the whole world"
어느 날 저녁, 평소처럼 아이를 목욕시킨 후 로션을 바르고 있는데 아이가 내게 말했다. 예상치 못한 따뜻한 말에 나는 그만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리고 아이를 따뜻하게 꼬옥 안아 주었다.
가끔 엄마의 역할이 무거울 때가 있다. 엄마라는 이유로 하고픈 일을 포기해야 할 때, 시간과 에너지의 유한함을 느낄 때,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을 때, 인생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자존감이 낮아질 때 등 엄마도 사람이기에 늘 행복하기만 할 수는 없다.
그런 엄마에게 아이는 가끔 영혼을 위로하는 안식처가 되어준다. 남에게 늘 평가받고 나를 증명해야 하는 고단한 사회에서 잠시 벗어나 모든 걱정과 고민을 잊게 만든다. 아이 앞에서는 내가 초라하든 화려하든, 자신을 가장 사랑해주는 엄마일 뿐이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에 긴장이 풀리며 무장 해제된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할 때면 왠지 모를 해방감과 자유를 느끼며 온전한 내가 된다.
며칠 전 아이는 <하준이의 고민상담소>라는 부스를 만들어 엄마의 고민을 상담해 주겠다고 했다. 스누피가 나오는 <피너츠> DVD에서 루시가 찰리 브라운에게 고민 상담해주는 장면을 보고 따라서 한 것이다. 재활용 박스로 테이블을 만든 아이가 제법 기특해 나는 어른 대하듯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만 6세 아이에게 조금 철학적인 질문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단순하면서도 꽤 지혜로운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엄마: 사랑받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이: 싫어하는 사람들은 뇌에서 잊어버려요~ 좋아하는 사람들 곁에만 있어요.
엄마: 할 일이 많아서 머리가 아플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필요하지 않은 일들은 잊어버려요! 꼭 필요한 일만 하세요.
엄마: 엄마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 되지~ 내가 없을 때나 놀고 있을 때 엄마도 자유시간이 있어!
엄마: 엄마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아이: 그건 엄마 자유야. 엄마 하고 싶은 대로 해!
엄마: 일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 이렇게 예쁜 세상에서 time이 제일 중요해. 시간을 아껴야 해.
엄마: 클래식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어?
아이: 걱정이 싹 다 사라지는 느낌이야. 첼로 소리가 정말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엄마: 하준이는 어쩜 그렇게 귀엽고 예뻐요?
아이: 엄마가 예쁘니까 내가 예쁘게 태어난 거죠~ 나한테 엄마는 귀해~ 엄마도 내가 귀하지.
아이 입에서 나오는 보석처럼 예쁜 말들이 순간 휘발되는 게 아쉬워 나는 수첩에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전 이 수첩에 엄마가 무언가 적는 모습을 아이가 우연히 보게 되었다. 3살 때부터 7살까지 자신이 했던 말들을 잊지 않고 꾹꾹 담아놓은 엄마에게 감동했는지 아이도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리고 아이는 그날 일기장에 이렇게 써 놓았다.
고마운 엄마. 언제나 날 지켜주는 엄마. 언제나 날 믿어주는 엄마.
나는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이제는 아이가 내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존재라 생각하지 않고, 아이가 준 사랑처럼 나도 아이에게 사랑을 무한히 베풀기로. 집안일도 한 때 시간 낭비와 체력 낭비처럼 느껴졌지만 내 가족이 깨끗한 환경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록 준비하는 귀한 시간이라 생각하니 정성을 다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아이의 태도도 달라졌다. 엄마에게 러브 레터를 더 써주고, 눈빛에 사랑이 가득하며, 표정이 훨씬 밝아졌다.
오늘도 유치원 버스에 타기 전 오늘도 꼭 안아주면서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유치원 버스가 출발했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물끄러미 버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너의 엄마로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이런 행복을 느끼게 해 주어서 감사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