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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자히르 Oct 29. 2022

정체성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두 번째 삶을 위한 새로운 마인드셋, 하나


평범한 회사원 시절,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늘 "OO회사 OO부서 OOO입니다."라고 말했다. 회사 이름과 부서가 내 정체성이었고 달리 나를 표현할 방법도 몰랐다. 회사의 한 부서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 기본 디폴트 값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퇴사했을 때 많이 방황했다. 내 정체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내가 누구인지 보여주는 '한 단어'가 사라지자, 나는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소속이 없으니 두렵고 불안했다. 하지만 회사로 다시 돌아가기는 싫었다. 나를 규정하는 한 단어를 찾고 싶었다. 나만의 고유한 '정체성'은 도대체 무엇일까? 


정체성을 뜻하는 영어 'Identity는 '실재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essentitas'와 '반복적으로'를 뜻하는 'identidem'에서 파생되었다. 즉 '반복된 실재'라는 뜻인데, 나는 이 정의가 매일 반복하는 '습관'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모든 습관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란 책에서 '정체성 중심'의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읽었다. 결과 중심의 습관은 결과를 성취하면 끝나지만, 정체성 중심의 습관은 자신에 대한 믿음, 신념 자체를 아예 바꾸면서 꾸준히 지속 가능하게 한다는 뜻이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일을 실행하기는 쉽다. 
이미 스스로 그렇다고 
믿고 있는 유형의 사람처럼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
-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


'나는 새벽에 책 읽는 사람이야, ' '나는 운동하는 여자야.' '나는 아침형 인간이야'라고 나를 규정하자, 신기하게도 점차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사람에 걸맞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책을 읽으며 건강한 식습관을 즐기고 운동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믿었더니, 점차 그 사람과 비슷하게 생활하게 된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정체성은 찾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창조'의 영역이라는 것을. 


정체성은 끊임없이 변한다. 과거, 스펙, 환경이 별 볼일 없어도 내가 원하는 대로 나에 대한 믿음을 계속해서 편집해 정체성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며 자신을 틀에 가두지 않고, 좋은 습관들로 나만의 정체성을 하루하루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결국 지금 프리랜스 통번역사가 되었다. 



회사를 떠나고 사라진 듯했던 나의 정체성이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을 때, 삶은 확실히 이전보다 더 희망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나처럼 정체성을 잃어 방황했던 사람들에게 이 삶의 진실을 꼭 알려주고 싶었다.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보자. 부캐를 만드는 것도 좋다. '공부하는 나'는 완전히 다른 인격체라 생각하고, 그 사람이 할 만한 행동을 해 보자. 그러면 마음이 편안하다. 소속이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도 사라진다. 내 안에 수없이 다양한 내 모습이 있고, 하나가 실패했으면 다른 삶을 살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생은 망했어' 대신 '두 번째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면,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는 것은 필수적이다. 내가 원하는 모습과 내가 원하는 삶을 나의 정체성으로 설정하자. 그리고 그 사람처럼 행동하다 보면 정말 내가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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