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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자히르 Oct 15. 2022

아이에게 배운 인생 교훈

아이는 최고의 선생님이다 


2016년 10월 1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아이를 처음 만났다. 


바람도 하준이를 사랑하지 


얼마 전 아이와 산책을 하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오자 아이가 말했다. 그 감동스러운 순간을 잊지 못한다. 김수영 작가님의 책 '온 우주가 너를 사랑해'를 밤마다 읽어 준 덕분일까? "응애~" 울던 작은 아기가 이렇게 사소한 바람과 꽃, 나무, 햇살로부터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임을 느끼는 아이로 크다니 감개무량하다. 


<온 우주가 너를 사랑해> 동화책 읽는 하준이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니, 수많은 눈물과 감동 속에서 행복과 좌절의 롤러코스터를 수없이 탄 것만 같다. 부족하고 서툰 엄마를 만난 아이와, 그 아이로부터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엄마. 때로는 애틋하고, 때로는 징글징글한 이 관계 속에서 아이가 나에게 가르쳐 준 인생 교훈이 있었다. 그 소중하고 값진 교훈을 함께 나누고 싶다.




1. 존재 자체로서의 기쁨 


아이는 그저 존재하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사랑스럽다. 무언가 성취하거나, 잘 보이려 노력하거나, 인정받으려 애쓰지 않는다. 그저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나에게 알려주었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예쁜 옷을 차려입지 않아도, 헝클어진 머리에 초라한 민낯이어도, 나는 아이에게 존재 자체로 이 세상의 전부다. 


우리는 왜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할까? 소모적인 감정에 휩싸여 시간을 낭비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를 직접 키워보니,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지극한 사랑과 보살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릴 적 나의 존재만으로도 사랑을 듬뿍 주었던 눈빛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더 이상 애쓰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저 존재하는 것,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사랑받기 충분하니까. 


2. 세상은 도전과 호기심의 연속


아이가 새벽부터 일어나 오전 7시에 산책을 나가자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끌려나간 아침 산책에서 느낀 상쾌한 공기와 활기찬 에너지가 참 좋았다. '새벽 운동을 해볼까'라고 매일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일단 해보세요! 내가 도와줄게요"라고 아이가 운동 코치처럼 말하는 것 같았다.  


서른이 넘은 이후, 새로운 도전보다는 안정을 추구했다. 엄마는 세상이 더 이상 놀랍고 신기할 것도 없는데, 아이는 매일이 도전과 호기심의 연속이다. 새로운 것을 보면 눈이 커지고, 기뻐하고, 감탄한다. "이건 뭐예요?", "오늘 구름이 정말 예뻐요!", "이건 느티나무, 소나무, 홍단풍, 구절초, 사철나무, 주목, 모감주나무!" 


아무런 관심도 없던 식물, 동물, 공룡, 자동차의 수많은 종류를 아이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되면서, 모든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세상엔 여전히 배울 게 많고, 호기심 가득한 곳이구나. 아이 덕분에 나는 요즘 매일 책을 읽고, 끊임없이 배우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3. 사랑이란 아낌없이 베푸는 것 


사랑은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아이는 엄마에게 더 큰 사랑을 베푼다. 생각하지 못한 순간에,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그리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어느 날 잠들기 전 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 주는데, 끝나자마자 이번엔 아이가 나를 토닥이며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잘 자라, 우리 엄마~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가 양도 다들 자는데~ 달빛은 영광으로 은구슬 금구슬을 보내는 이 한밤, 잘 자라 우리 엄마~ 잘 자거라." 그리고 "우리 엄마 잘 자요" 라며 뽀뽀를 해 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랑에 나는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무언가 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저 아낌없이 베푸는 것, 그것만이 사랑이다. 아이의 사랑에는 조건도, 기대도 없다. 엄마로부터 받은 사랑을 기억하고, 엄마를 마음껏 안아주고 위로하며 사랑을 베푼다. "괜찮아?", "미안해", "사랑해" 아이의 말속에서 순수한 사랑을 느끼고, 나도 남에게 기대거나 바라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이는 최고의 선생님


앞으로 육아를 하면서 더 많은 시련과 고난이 닥치겠지만, '아이는 최고의 선생님'이라는 믿음으로 아이를 존중해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는 이미 완벽한 존재이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니까. 하나의 인격체로 아이의 모든 생각과 감정을 존중해 주고 싶다. 


육아는 '아이를 키우는 일(育兒)'과 동시에, '나를 키우는 일(育我)'이라고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도 함께 성장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시간과 에너지를 희생한다고 생각했던 과거를 지나, 이제는 오히려 아이에게 감사하다. 잠시 멈추어 삶을 돌아보게 하고, 여유를 가지며, 삶을 즐기라고 가르쳐준다. 소중한 깨달음을 준 아이에게 나는 오늘도 사랑을 듬뿍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엄마도 사랑받는 존재라는 걸 알려줘서 고마워. 
사랑해 하준아   

폴란드에서 엄마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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