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것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서재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로지 '나'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 공간. 엄마의 역할은 잠시 내려놓고, 진정한 나를 찾고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나만의 안식처, 케렌시아.
1년 전 아이가 크면서 더 넓은 평수로 이사를 가게 되었을 때, 오직 '나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매일 좋아하는 카페나 도서관에 가는 것보다 매일 생활하는 집 자체를 내가 꿈꾸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매일 어디를 갈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시간과 에너지도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
이 모든 생각의 시작은 선릉역에 있는 '최인아 책방'이었다. 우연히 방문한 그 공간 '혼자의 서재'를 본 순간 우리 집도 이렇게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창가를 바라보며 1인용 암체어에 앉아 책을 읽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곳. 하지만 거리상 매일 이곳에 올 수는 없으니 아예 내 집을 이렇게 만들기로 다짐했다.
우선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우드 톤으로 콘셉트를 잡고, 직접 마음에 드는 책상과 책장, 스탠드, 시계, 의자, 독서대를 골랐다. 이곳에 있으면 몸과 마음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하나씩 꾸며 나갔다. 해외에서 사 온 기념품, 사랑하는 작가의 책,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고 힘이 나는 물건들.
커피 한 잔과 함께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
나에겐 최상의 럭셔리다.
명품 가방보다 훨씬 더.
영국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자에게 필요한 것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연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 그중 '자기만의 방'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기 자신이 되게 하는 환경을 설정하는 것이기에 가장 중요하다. 여성이 억압받던 1929년 출간된 책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버지니아 울프의 용기 있는 주장 덕분에 2022년 나는 최소한의 경제적 여유, 나만의 방, 그리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글쓰기로 나의 필요를 충족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매일 이곳에서 새벽에 독서를 하고 글을 쓰며, 오전에는 일을 한다. 어지럽혀진 거실과 부엌은 잊어버리고, 여기에 있을 때만큼은 오직 나만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방을 만든 것이 무의미하니까. 따뜻한 커피 한 잔 내리고 이곳에서 몰입하는 순간을 사랑한다. '나'라는 스위치만 켜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 그것이 전부여서 좋다. 오직 나에게만 집중한다.
지난 3년간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언제 행복한 지,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그토록 주장했던 이유는 모든 여성이 이처럼 주체적으로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원했기 때문 아니었을까?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사람은 우울할 틈도, 남의 시선을 신경 쓸 겨를도 없으며 부정적인 말에 휘둘리지도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엄마들이 자기만의 방을 만들어 나만의 새로운 세계를 가졌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일에 마음껏 도전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만드는 멋진 신세계. 애쓰지 않아도 몇 발자국이면 도착하는 자기만의 안락한 방. 거창할 필요는 없다. 파티션이나 가벽으로 조금이나마 공간을 확보하기만 해도 된다. 나도 처음엔 드레스룸 한편에 작은 테이블 공간을 만들면서 시작했다.
시선을 남이 아닌 나에게 돌려 내면에 집중하면 자존감이 높아진다. 내가 나를 믿고 인정해주면 되니까. 오직 나만을 위한 공간에서는 내가 주인공이고 가장 우선순위이다. '자기만의 방'이라는 환경설정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숨 쉴 수 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여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