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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자히르 Oct 17. 2022

경력단절은 절호의 기회다

진짜 원하는 삶을 생각할 시간 


회사를 그만둔 후, 직업란을 적는 상황에서 '전업 주부'라고 쓸 때마다 이상하게 기분이 씁쓸했다. 이전 같았으면 '회사원'이라고 아무 생각 없이 적었을 텐데,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수많은 일들을 '전업 주부'라는 단어 한 마디로 표현하기엔 무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슨 일 하냐는 질문에 전업주부라고 대답하면 "좋겠다", "나도 애나 보며 살고 싶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 한편이 답답했다. 한 사람, 한 인생의 밑거름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세상은 전업 주부를 너무 하찮게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어렴풋이 받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과 독서를 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며, 소중한 생명을 어떻게 키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가족을 위해 집안일을 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등 한 가정을 경영하고 사람을 키우는 중대한 일을 하고 있는데 집에서 노는 한심한 여자로 취급받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한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가르치고 돌보는 '육아'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수고와 희생의 무게를. 때로는 내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도 포기해야 하고,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전업 주부로 살고 있는 시간에 감사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나를 여유 있게 되돌아보고, 진지하게 탐구하며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보는 사회적 지위는 낮아졌을지 모르지만, 회사에서 매일 소진되는 느낌이 아닌 '성장하는 느낌'은 또 다른 행복감을 주었다. 비록 그 일을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해도.   



누군가는 나를 소위 말하는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로 평가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더 이상 나에게 중요한 게 아니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무엇을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지, 내가 간절히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발견했기 때문이다. 조용한 새벽, 수많은 책을 읽으며 이미 나의 인생 고민을 해결한 지혜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블로그에 글쓰기를 하면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났다. 그동안 회사 다니느라 시간이 부족해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도전해 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인생의 지도를 그려보았다. 삶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 바쁘게만 살았던 나를 반성했다. 매일 to do list에 줄을 그으면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다고 착각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우선순위가 생겼다. 그리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떠올려 보았다. 일, 가족, 자유, 행복, 우정... 





경력 단절이란, 진짜 원하는 삶을 모색하는 위대한 멈춤이자, 내 인생 최고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 나의 시간과 돈을 맞바꾸지 않고, 나를 성장시키는 절호의 기회이다. 경력이 단절된 시간 덕분에, 나는 새로운 꿈을 찾았다.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 많아졌다. 


엄마로 살아가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도 더 넓어졌다.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 채, 그저 바쁘게 회사를 다녔다면 몰랐을 인생의 지혜와 통찰을 배웠다. 그리고 멈춤의 시간에 그린 미래 인생 지도를 하나씩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삶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는 인생에서 자주 오지 않는다. 바쁘게 살아가면 사회에서 인정받고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Fear Of Missing Out(FOMO)처럼 혹시 뒤처지지 않을까 불안해하지 말고, 용기 있게 삶의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자. 내 삶을 재정비하고 우선순위를 바로 세우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라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축하합니다!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을 선물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천천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경력 단절'을 '위대한 성장의 시간'으로 여긴다면, 오히려 이 시간이 아주 귀하고 감사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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