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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르 Sep 13. 2021

메멘토(Memento)



기억은 색깔이나 모양을 왜곡할 수 있어. 기억은 기록이 아니라 해석이니까.



기억은 각색된다. 시간에 스쳐 나도 모르는 사이 묻어버린, 그렇게 섞여 손에 묻어버린 색으로 덮인다. 그게 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때의 어느 시점 흩뿌려진 색일 수도, 혹은 현재의 색일 수도. 아니면 그때와 지금의 그 사이 어디쯤일 수도 있고.


메모는 나의 전부였다. 그의 삶이었고, 삶이 될 것이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누군가의 욕심에 묶여 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매일이 도전이었던 나의 삶을 비웃 기라도 하듯, 죽을힘을 다해 매워두었던 틈 사이로 비집고들어와 서서히 갉아먹기 시작한다.





기억을 못 한다고 무의미한 건 아니니까. 눈을 감는다고 세상이 사라지지 않듯이



기억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과 같다. 막막한 바다 위에 부표처럼 떠있는 기억, 그리고 그 아래에 얽혀있는 그물들. 부표를 잊는다는 것은 다시 말해 과거의 노력이, 삶의 주도권이 어디론가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선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악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존재이며, 단지 지극히 개인적인 이기심에 의해 움직일 뿐. 결국 누군가에 의해 꾸준히 기억이 조작되고, 왜곡된다. 나의 결점은 그들에게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그게 어떤 목적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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