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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르 Nov 04. 2021

업(Up)



어지러울 정도로 변해가던 문밖의 세상을 뒤로하고 시간의 흐름을 멈춰버린 공간 속에서만큼은 엘리와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 남지 않은 추억을 지켜낸다는 이유만으로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흘러가는 시간을 외면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과거에 붙잡혀버린 건지, 아니면 과거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던 건지. 현재를 뒤로하면서도 현재를 살아내야 하는 할아버지에게 앨리와 함께했던 소년의 모습이 머물고 있다. 과거를 따라온 곳에서 과거를 내려놓았기에 더 높이 갈 수 있었던 그의 모습처럼, 어쩌면 우리의 인생도 다를 바 없지 않을까싶기도하고.


사람들과 마주하다 보면 놀랍게도 새로움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새로움을 낯설어하는 것은 실제로 마주하게 됐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아름답지는 않기 때문 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무언가를 새로이 해내야 하고 그걸 이뤄가는 과정은 꽤나 미화되어있다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 가졌던 환상이 한순간에 깨져나가고 그 위를 새로운 것으로 칠하는 과정이 행복으로만 느껴질 순 없다는 걸 알면서도 부정하고 싶은 이유는 그 환상을 지켜내고 싶은 마음에서 일까.


우리가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흘려보내야 할 때를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지. 어쩌면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 해내려 했던 것들이 사실은 모두의 도움으로 이뤄냈던걸 깨달아가는 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모순적이게도 우리는 빛났던 시간 속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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