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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르 Nov 11. 2021

더 랍스터(The Lobster)

왜 내 눈을 멀게 한 거예요? 그를 멀게 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도 언젠간 해둬야 해요. 자기 무덤은 스스로 준비해야 해요.
누군가 묻어줄 거란 기대는 마세요. 기껏해야 흙이나 뿌려주죠.




정말로 인간은 홀로 완전할 수 있는 존재일까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묘한 불쾌감과 함께 머물러있다. 어쩌면 그 누구도 한 치 앞의 미래도 알 수 없음을 무의식 중에 인지하고 있기에 외부의 존재에 끊임없이 기대하고 손을 내밀어 붙잡으려는 지도 모른다. 


그들이 내미는 잣대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보통의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목표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이것이야말로 당신이 사회적 동물로 기능하고 있다는 듯 주입받고 있는 듯한 느낌에 불쾌감은 쉽게 지워질 생각이 없는 듯했다.


생각해보면 타인의 시선을 위해 그럴듯한 모양을 흉내 내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지켜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무기력에 모순을 느꼈음에도 눈을 돌려 외면해버리는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랴. 스스로를 제약 속에서 꺼내 가감 없이 드러내 본 적이 있었나. 정상의 범주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아등바등거리는 우린 결국 정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상이란 범주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정상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홀로 남겨진 여자의 사랑은 어쩌면 남자에 대한 사랑이라기보다 금기시되었던 것을 해냈다는 희열감 혹은 우월감에서 오는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여자와 함께하기를 약속했던 남자는 돌아올 수 없었던 걸까. 아니, 돌아오길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가 말해왔던 사랑 또한 악취를 풍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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