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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르 Nov 29. 2021

비포 선셋(Before Sunset)




다시 만나지 못할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이 우연히 마주했다. 아니, 어쩌면 우연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꿈같던 비엔나가 아닌 현실 속 파리에서도 그들은 서로에게 끌렸더랬다. 하지만 시간을 뛰어넘기엔 쉽게 꺼내지 못한 말이 한가득이었을 테지. 그들은 서로의 특별함을 지키기 위해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이 추억을 지켜낼 수 있는 선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걸까.


지난날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서로가 그때와 달라졌다 할지라도 아직은 그때의 모습이 아른거려 그때 그 감정을 꺼내볼 수 있었다. 서로에 대한 기억을 조금씩 꺼내어 되짚어보는 시간은 그들에게 설렘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비행기 시간 전까지. 어쩌면 이 이후 현실로부터 파생된 또 다른 걱정이 설렘을 눌러올지라도 한정된 시간으로부터 파생된 제약은 서로에 대한 절실함이 비집고 나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을지도.







"난 나이 드는 게 좋아. 사는 맛이 나거든. 즐기게 됐달까?"

"사실은 나도 그래."

"자긴 현실 속의 이상주의자야. 열정을 행동에 옮기잖아. 아픔이 없다면 추억이 아름다울 텐데."

"그래, 살아있는 한 추억은 끝이 안 나니까 그때 고민거리가 지금과 똑같아서 정말 놀랐어. 그땐 희망적이고 더 순수했지만 사물을 보는 시각은 지금과 똑같아. 하나도 안 변한 거지."

"누구나 그래. 인정하지 않을 뿐이지. 사람은 각자 어떤 성향이 있어. 세월이 흘러도 그건 변치 않아."

"맘에 드네, 난 항상 우주엔 영원함이 있다고 믿었어. 하지만 요즘 와선 나 자신이든 내 성격이든 지속하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 "

"영원한 건 없어. 그런 생각을 할수록 삶이 소중하다고 느껴져. 바로 지금이어야 해. 이 순간의 관심사나 이 순간의 웃음만큼 소중한 게 어딨어? 오늘이 언제나 마지막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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