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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르 Dec 02. 2021

공동경비구역 JSA

Joint Security Area



같은 공간 다른 색깔. 누구로부터 시작된 것이며 누가 희생되었는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이념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길래 이토록 사람들을 잔인해지게끔 만들어버리는가. 이에 대한 의문은 머릿속을 꾸준히 맴돌기에 충분했다. 풍문으로 흘러들어온 증오에 감염되었던 탓일까. 그 원인을 거꾸로 타고 올라가다 보면 모순적이게도 그 의미는 흐릿해진다. 서로에게 겨누기 위해, 혹은 서로를 지켜내기 위해 해야만 하는 선택은 어쩌면 가장 고통스러운 고문이었으리라. 그전에 이들에게 선택권이란 것이 존재하긴 했을까.


서로를 살아 움직이는 과녁판 따위로 여겼던 지난날이 무색하게 서로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해버렸다. 폭력이라는 옷을 두른 배려는 암묵적인 서로의 언어가 되어갔다. 모순적이게도 인간적 일수 없던 공간에서 인간적 일수 있었던 그들을 누가 질책할 수 있으랴. 어둠이 짙게 깔린 밤, 삐걱거리던 마룻바닥보다 더 깊은 바닥에서 허락되지 않던 스스로의 인간적인 모습을 꺼내놓을 때마다 그들의 목숨 또한 함께 내어놓고 있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념을 반하는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로 덮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면서도, 동질감과 배신감 그 어디쯤에서 그들은 함께 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세상은 변하고 이념또한 변한다. 서로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극한에 치닫던 모습조차 훗날 어느 시점에는 우스운 꼴로 비칠 테지.



장 소령, 자네는 판문점을 몰라. 진실을 감춰서 평화가 유지되는 곳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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