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보다 빠른 결심
4월 12일 아침.
지니가 출산 후 제대로 먹지 못했을까 걱정돼
츄르와 캔을 바리바리 챙겨 다시 소파 앞으로 향했다.
소파 아래에 빼꼼 새끼들 얼굴이 보였다.
병원 예약이 되어 있어 캔이라도 줘볼까 싶었는데 새끼를 낳은 직후 예민할까 걱정했지만, 지니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처음엔 밖으로 나와서 먹을까 싶어 앞쪽으로 캔을 놔줬는데 그 순간 새끼 한 마리가 굴러 나왔다.
순간 지니도 나도 당황했고,
지니는 새끼를 어쩔 줄 몰라하다가 살포시 물고 들어갔다. 나는 얼른 캔을 안으로 밀어 넣으며 상황을 수습했다.
오후에도 지니는 안에서 잘 지내고 있었고
무엇이든 잘 먹었다.
사람도 동물도 산후조리를 할 때는 잘 먹어야 한다길래 틈틈이 나가서 챙겨줬는데 나오진 않고 안에서 떠먹여 주는 대로 먹었다.
하지만 저녁부터가 문제였다.
저녁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소파 안으로 비가 새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저녁 9시가 넘은 시간
바람이 심상치 않았다.
우산을 쓰고 소파 앞으로 갔을 때
지니는 여전히 그 안에 있었다.
하지만 새끼들이 심하게 울기 시작했고,
강풍과 찬 공기 속에서 불안감이 커져갔다.
그때 지나가던 사람들이 말했다.
“저 고양이들 저러다 다 죽겠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러다 정말 다 죽는 거 아냐?'
에라 모르겠다.
결국, 소파를 들기로 결심했다.
집에 데려올 수는 없었기에 지니를 위해 미리 준비해 둔 박스를 가져와 새끼들을 하나씩 옮기기 시작했다.
한 번에 다 옮기지 못해 소파를 여섯 번이나 들었다.
말초동맥질환에 골다공증까지 있는 내가 이런 일을 해낼 줄은 나조차 몰랐다. 하지만 그 순간엔 그저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친구가 도착하고 나서 아파트 아래 공간으로 박스를 옮겼다.
비를 피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새벽 1시에 다시 가보니
지니와 다섯 마리는 담요 위에서 뽀송하게 잠들어 있었다.
배를 까고 자고 있는 새끼들을 보며 그제야 긴장을 놓았다.
그렇게 지니와 다섯 마리는 첫 번째 비를 무사히 넘겼지만 이 평온이 오래가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