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밖으로, 다시 시작
갈색 아이가 떠난 그날 새벽,
작은 박스 안에는 단 한 마리만 남았다.
바로 루니였다.
급한 마음에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왔지만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에 아파서 쉬는 상황에 고양이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죽게 생긴 걸 그냥 둘 수는 없으니 어쩌란 말인가
무엇보다 지니는 낯선 실내에서 어쩔 줄 몰라했고, 화장실도 급해 보였다.
새벽녘, 급하게 모래를 사 와 화장실을 만들어줬지만
길에서만 살아온 지니에겐 낯설고 어려운 공간이었다.
그래서일까, 식빵자세로 한참을 참더니 접이식 리빙박스에서 루니와 함께 잠을 청하는듯했다.
결국, 아침이 되어서야 집은 한바탕 난리가 나고 지니는 계속 화장실을 못 가고 있어 지니와 루니는 다시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지니는 문이 열리자마자 무작정 달렸다. 얼마나 급했는지 한참을 안 보이다가 돌아왔다.
긴장을 늦추지 못한 나는 그 뒤를 따르며
어디로 가야 할지, 또 어디에 자리를 마련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다시 접이식 리빙박스에 지니와 루니를 담아
아파트 끝동 쪽, 유일하게 비어 있는 공간으로 향했다.
이곳은 늘 지니가 겨울을 나던 곳.
한쪽에는 아이들 급식소도 있었고,
비바람을 막아줄 구조물도 갖춰져 있어
잠시라도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리빙박스 입구를 나무판자로 막고,
안쪽에는 두꺼운 담요와 따뜻한 핫팩을 넣어주었다.
이후 새벽부터 밤까지 수시로 나가 아이들을 살폈다. 날이 추워지면 결로가 생겨 담요를 여러 번 털어주고,
아침저녁으로 핫팩도 갈아주었다.
낮에는 나와 햇빛을 쬐며 몸을 데우고,
밤이면 박스 안에 꼭꼭 들어가 잠을 잤다.
그 며칠 동안, 지니는 잘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가서 부르면 조심스레 나와 밥을 먹고
또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루니가 태어난 지 13일째 되는 날.
작은 눈을 아주 살짝 떴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 몸이지만
엄마가 밥을 먹을 땐 조용히 핫팩 위에 누워 있거나
담요 속에 파묻혀 있었다.
루니는 알았던 걸까.
혼자 남았다는 것을,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을.
나는 그 조용한 생명을 보며 다짐했다.
“꼭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