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오프리쉬 강아지, 그리고 위협받는 평화
아파트 아래 좁은 틈으로 매일같이 기어들어가
지니와 루니를 챙긴 지도 어느덧 2주가 되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철퍽! 하고 무언가가 쏟아졌다.
순간 비인가 싶어 고개를 내밀었지만,
그건 위에서 누군가가 고의로 뿌린 물이었다.
잠시 후, 창문이 열리며 백발의 노인 한 분이 뭐라 하시기 시작했다.
며칠 전, 지니와 루니를 박스에 담아 데려올 때
창문에서 지켜보던 바로 그분이었다.
노인은 “쥐가 꼬인다”며 내가 있는 아래에 물을 뿌렸고,
그 이유가 고양이 밥 때문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밥과 물을 밖에 두지 않고,
그 자리엔 내 가방이 있었다.
새끼고양이 루니가 혹시 위협이 있을까 밥을 두지 않았기에 차근차근 설명드렸다.
“저기요, 밥은 안에서 주고, 쓰레기나 냄새 나는 것도 없어요.
지금은 아기 고양이까지 있어서 더 조심하고 있어요.”
그러나 노인은 막무가내였다.
점점 목소리가 커졌고, 나 역시 당황해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그 자리는 원래부터 문제의 공간이었다.
작년부터 강아지 메리와 산책을 할때면 항상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고,
언젠가부터 동네 고양이들이 음식물 냄새에 이끌려 오가던 터였다.
하지만 지니와 루니를 데려다 놓은 이후로는 쓰레기가 잠시 사라져
‘이젠 괜찮겠지’ 싶었는데, 아니었다.
갑작스런 노인의 반응에 다시 어디로 옮겨야 할지 고민이 밀려왔다.
잠시 후, 노인 보행기를 끌고 나와 화단 쪽으로 직접 나오셨다.
나는 정중하게 말씀드렸다.
“여기 원래 쓰레기가 자주 버려졌고, 쥐도 나오는 것 같아요.
아이들한텐 너무 위험해서 잠시 보호하고 있을 뿐이에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하셨고,
그날의 갈등은 그럭저럭 평화롭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며칠 뒤, 밤늦게 그 노인이 다시 창문에 나타났다.
냄비를 들고 창문 밖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그대로 쏟아내고 계셨다.
“할머니!! 안 돼요!!” 소리를 질렀지만,
“뭐! 왜!” 하시곤 그대로 냄비를 기울이고 사라지셨다.
1년 넘게 범인을 찾지 못했던 음식물 쓰레기 투척의 당사자가
결국 그 노인이었다는 걸 지니와 루니 덕분에 알게 된 셈이었다.
홀로 지내시다 보니, 주변에서도 치매 증상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셨던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버려진 음식물에 비둘기와 까치, 쥐들이 몰려들었고
그 뒤를 따라 동네 길냥이들까지 모여들었다.
그 뿐 아니라 동네에 오픈리쉬 강아지가 많은데
자꾸 지니와 루니 집 앞을 서성이는것 같았다.
지니와 루니가 어렵게 정착한 공간.
잠시나마 안정을 찾았던 그 자리는
다시금 위험한 곳이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