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고 울던 지니
어제 그 모습이 역시 내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
리빙박스 안은 온기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주위를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지니는
한참이 지난 후 나타났다..
새끼는 또 어디에 뒀는지 내 옆에 와서는 놀아달라며 부비기도 했다.
지니는 딴짓을 하다가도
내가 다른 곳으로 움직이면 후다닥 따라왔다.
잠시 후 아파트 주변 사람들이 조금 한적한 틈을 타 지니가 움직였다.
지니가 향한 곳은,
겨울 내내 몸을 피하던 아파트 옆 철문 아래, 나무판자가 쌓인 좁은 공간이었다.
그 틈으로 지니는 유유히 들어가 버렸다.
나는 그곳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지금은 어쩔 수 없다. 비가 내릴 거니까 오후에 다시 나가보자.’
하지만 예보보다 훨씬 빠르게,
오후가 되자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급히 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지니를 부르자, 그 작은 틈 속에서 울음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냐아아아아아앙—”
격양된 지니의 목소리.
그리고 한참을 울더니, 젖은 몸을 하고는 밖으로 튀어나왔다.
지니는 새끼가 안에 있어서 안절부절 못했다.
그러다 다시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러는 사이 나는 비를 맞으며 사방팔방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찾아다녔다. 주변에 연락을 해서 안에는 들어갈 방법도 알아봤다.
그러다 혹시나 싶은 생각에 마트 옆 세탁실로 향했다.
그 뒤편 어딘가로 연결된 통로가 있을지도 몰랐다.
운 좋게도, 세탁실 아저씨가 계셨고
사정을 듣자 “안쪽 문 열고 들어가 보세요”라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세탁실 한쪽은 기계가 돌아가는 기계실이었고 안쪽은 좁고 어두웠다.
빗물이 새어 들어와 바닥에 돌들이 놓여있었는데 틈마다 물이 고여 있었고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공간이었다.
좁은 판자 문을 열고 나가
나무판자가 빽빽하게 쌓인 끝자락
그 사이로 지니와 루니가 있었다.
판자 사이로 비가 줄줄 새고 있었고
판자를 젖히자 지니는 젖은 몸으로
새끼가 젖을까 땅바닥 안쪽에 들어가 있었다.
루니는 지니 엉덩이 뒤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는데
다행히 지니 덕분인지 비는 맞지 않았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담요를 꺼내 루니를 감쌌다.
그리도 지니에게 나오라고 손짓했지만
지니는 상황이 잘 파악이 안 되는듯했다.
하는 수 없이 루니만 품에 안은 채 밖으로 나왔다.
잠시 후, 철문 틈으로 내가 보여준 루니를 본 지니도 쏜살같이 나왔다.
그리고는 비를 맞으며,
함께 리빙박스가 있던 자리까지 걸어갔다.
누가 봐도 이상한 광경이었겠지만
그 순간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졸졸 쫓아온 지니는 리빙박스 안에
먼저 쏙 들어가더니
루니를 넣어주자 다 젖은 몸으로
천연덕스럽게 나와서 밥을 먹었다.
안도가 된걸까? 다행히 루니도 축축한 담요 속에서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렇게 마무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며
고민이 빠졌다.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할지 답이 보이지 않았다.
비에 젖어 생쥐 꼴이 된 내 모습이 마냥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