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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 Latte 젠틀라떼 May 20. 2019

[퇴사일기 #27] 확실한 커리어 패스가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전문 영역이 필요하다

"홍보일 해서 얼마나 크려고 그래?"

홍보 커리어를 이어오며 수차례 들었던 이야기다. 임원이 되려면 전략이나 재무, 인사와 같은 분야로 직무를 바꿔야 한다는 조언 또는 충고도 함께 따라왔다. 내게 경영기획 직무를 제안했던 S사의 전무도 "기획을 하면 그룹의 누구처럼 올라갈 수 있지만 홍보로는 어렵다"는 말로 설득했었다. 그럴 때마다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중요할 뿐, 임원 하려고 살지는 않아요."


홍보는 분명 기업 경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영역이지만, 그 의미와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조직은 많지 않다. '기자 만나서 밥 먹고 글 좀 쓰면 되는, 누가 해도 할 수 있는 일'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누구나 알만한 큰 기업을 제외하면 홍보임원은 드물다. 심지어 홍보팀 없이 홍보 담당자 한 명이 경영기획이나 마케팅, 총무 같은 부서에 속하기도 하고, 홍보담당 자체가 없는 기업도 수두룩 하다. 경영이 어려워지면 광고홍보비부터 줄이는 게 현실이다. 슬프지만, 이게 홍보의 현 위치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남들 보기엔 쉬워 보일지라도 홍보는 전략적인 판단과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한 직무다. 순간의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이 기업의 존폐를 좌우할 수도 있다. 말실수 하나가 그대로 기사화되어 없던 이슈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사소한 언행이나 이미지가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기도 하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전문성을 갖춘 홍보담당자가 필요한 이유다. 절대로 아무나 그냥 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이를 무시하다가 위기의 순간에 홍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는 기업들을 많이 봐왔다.


다른 직무 역시 마찬가지다. 그 어떤 직무에서든 아무나 그냥 하면 되는 일이란 없다. 직무마다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직원들이 제 역할을 하는 기업이 성장한다. 개인은 전문성을 키우고, 기업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혹 개개인의 전문성이나 커리어는 뒤로하고, 이런저런 일을 모두 해봐야 성장한다고 말하는 상사들이 있다. 일부분은 맞는 말이지만, 과거 한 직장에 평생을 충성하던 시기의 마인드다. 제너럴리스트를 대우하는 기업에 다닐 경우 여전히 유효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자칫 개인의 평생 커리어가 꼬여버릴 수 있다. 따라서 커리어의 중심은 스스로가 잘 잡아야 한다.


오너가 아닌 이상 우리 모두는 언젠가 조직을 떠나야 한다. 때문에 커리어 패스는 매우 중요하다. 어떤 기업에서 일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잘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제너럴리스트가 맞느냐 스페셜리스트가 맞느냐. 이 질문에 정해진 답은 없다. 다만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기회를 만나려면 최소 한 분야에서는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반드시 한 가지 직무여야 할 필요는 없지만, 연관성 있는 일들을 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이직의 기회도 온다. 제너럴리스트를 스카웃하는 기업은 드물다.


개인 커리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기업에 속해있다 해도 자신만의 커리어 패스를 항상 구상하고, 그에 맞도록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순환보직이 기본인 공무원일지라도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으면 민간기업에 스카웃되기도 한다.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궁극적으로 어떤 커리어를 만들고 싶은지 고민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내 커리어를 뒤흔드는 권유와 강압적인 제안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만들 수 있도록 커리어에 대한 확고한 청사진을 만들어 놓자. 그 누구도 나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옳은 방향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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