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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멜로우 Jun 16. 2020

음식일기.

닭 한 마리.

지난주 아이가 아팠다.

아픈 아이는 입맛이 없는지 잘 먹지 않았다.


끼니를 챙겨주는 것이 이렇게 힘들 일이었던가.

아직은 어린아이에게 끼니마다 인스턴트, 반 조리 식품 위주로 너무 가볍게 먹이고 넘기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아팠을 때는 어떤 음식을 먹고 힘을 냈을까?

아이는 어떤 것을 잘 먹을까? 고민하다 검색을 시작했다.

옆에서 주말 요리사로 자처하는 짝꿍이 닭 한 마리 먹을까?라고 제안하였다.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지 않아서 즐겨먹지 않았지만 아이는 닭 한 마리를 물에 마늘 몇 개 넣고 푹 끓인 후 소금에 살을 살짝 찍어줘도 잘 먹었다. 면순이 아이가 칼국수 면도 후루룩 잘 먹을 거 같았다. 굵은 면발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마지막 코스 죽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이 더운 날 우리 집 가스레인지는 불이 켜졌다.

급하게 장을 보고 주말 요리사인 짝꿍에게 재료를 넘겼다.

커다란 덩치의 짝꿍은 작디작은 선풍기를 옆에 끼고 땀을 뻘뻘 흘리며 한 시간이 넘게 육수를 내고 닭기름을 제거하며 열심을 다했다. 


세 식구가 한자리에 앉았다. 푹 익은 닭고기를 쭉쭉 찢어 소금에 톡 찍어주니 아이가 잘 받아먹었다. 성공적이다 싶었는데 칼국수부터가 진짜였다. 아이는 식판의 양쪽 그릇에 가득했던 면발을 면치기까지 해가면 맛있게 먹었다. 면을 먹지 않는 나는 마지막 코스 죽을 차지 했다. 세 식구에게 건강을 허락한 식사였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이날을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아플 때 맛있게 먹었던 음식으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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