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의 외출.
비가 오는 날.
바쁘게 점심 약속을 나섰는데
이어폰을 놓고 나왔고,
버스를 놓쳤고,
지하철을 놓쳤더니
늦었다.
금쪽같은 직장인의 점심시간임을
너무 나도 잘 아는 나이기에
서둘렀으나 물리적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속상한 마음과 꼭 잠이 덜 깬 사람처럼 몽롱한 상태에서
입에서 살살 녹는 돼지 보쌈을 먹는데
잠시 마실 나간 나의 정신을 제자리로 데려와 주었다.
식후에는 회사생활 시절
나에게 비타민 같았던
커피숍에 갔다.
모임 전에 다른 커피숍을 가지 않고
이 곳을 가겠노라 미리 선수를 쳤다.
오랜만에 마셔도 변하지 않은
진한 라떼.
요 근래 맛있는 라떼를 마시고 싶다 노래를 했는데
드디어 오늘 소원 성취했다.
전 회사를 아직도 떠나지 못한 혼령처럼
한 번씩 찾아가서 밥을 먹곤 하는데
그때 꼭 나의 짝꿍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인생 단팥빵인 아우어 빵을 주문하곤 한다.
오늘은 나에게 주문하지 않았지만
이 빵을 위해 비 오는 날
내 백팩을 메고 간 걸 아는지 모를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