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버킷리스트 하나 삭제.
짝꿍과 나는 서로 터치하지 않는
작은 용돈의 영역이 있다.
나는 오롯이 나를 위해 사용하기도 빠듯한데
짝꿍은 가끔 그걸 모아
나를 위해 아이맥을 사주고
소고기를 사준다.
이번에는 반 등 떠밀려 내가 장어를 사기로 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정말 좋아하는 비싼 장어 가게로 향했다.
내일이 없다는 마음으로 장어를 주문했다.
사람이 작은 돈에는 벌벌 떨어도
의외로 큰돈에는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한 달 용돈이 이렇게 날아가는구나 생각하며 먹는데
1킬로그램을 더 먹을런가 물으며
짝꿍이 사겠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 넙죽 진짜? 하기에는
자존심이 괜히 나댔다.
아니야 내가 사겠노라 보기 좋게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기꺼이 사는 걸 양보했다.
항상 1킬로그램을 먹고 아쉬움에
열심히 살아 노년에는 먹고 싶은 장어를
배불리 먹자고 다짐했는데
정작 2킬로그램을 먹자니
위가 도와주지 않았다.
그래도! 장어인데 싶어서 마지막 한 점까지
최선을 다해서 정말 원 없이 먹었다.
비싼 장어여서 인지 다행히 여리디 여린 아가 위가 잘 버텨주었다.
장어에 대한 아쉽게 먹던 한은 이렇게 사라졌다.
버킷리스트 하나 삭제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