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요상한 대화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은 항상 즐겁다.

by 순한 사람

점심 식사 후 산책 중의 대화.


“어! 코스피 떨어졌어...”

“코피 났어?‘

“아니 코피가 아니고..... 할머니 ‘주식’ 알아?”

“준식이?”

“아니~ 주! 식!”

“그런 거는 몰라...”

“음... 그러니까... 내가 돈을 내면, 돈을 더 많이 벌 수도 있는데, 돈을 잃을 수도 있는 거야”

“그러믄 화투 같은 거네...”

“ㅋㅋㅋㅋㅋ... 뭐... 화투 같은 거로 볼 수 있지... 우리 할매 똑똑하네...”

“내가 예전부터 똑소리가 났잖아~ 그래서 별명이 똑순자였다고~ ”



나는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와 노는 게 제일 재미있었다. 우리는 동화책을 펴 놓고 함께 한글을 배웠고, 구몬 수학을 풀었으며, 구구단을 외웠다. 우리의 지적 수준이 비슷했던 기간은 정말 짧게 끝나 버렸지만, 나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대학에 들어가서도 매일 집에 돌아오면 할머니 곁에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는 종종 나의 지루하고 복잡한 이야기에 기발한 반응을 보여 웃게 만들었다. 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시사, 경제 이야기도 무턱대고 늘어놓았는데, 할머니는 그걸 기가 막히게 단순화해서 자기 방식의 ‘먹고사는 문제’로 해석해 내곤 했다. 배를 잡고 웃는 나를 옆에 두고 할머니는 태연하게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그럴 때면 ‘다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 건가?’ 하는 의심마저 들 지경이었다. 그렇게 할머니와의 요상한 대화 속에서 난 복잡한 머릿속이 단순해지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할머니와 함께 있을 때 느낀다. ‘대화가 통한다’는 건 어쩌면 지적 수준이나 관심사의 문제가 아닌, 태도의 문제일 지도 모른다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31. 고향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