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젠틀플랜 Mar 27. 2024

카페가 망했다(5)

축 오픈

해가 바뀌는 1월에 카페를 오픈하게 되었다.     

                

'축 오픈’                    


카페 앞에는 가족, 친구들이 보낸 화환들로 멋들어지게 꾸며져 있었다. 이제 카페를 한다는 게 실감나기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찬 공기를 들이 마시며 출근을 했다. 삐빅 카드키를 댄 후 카페 문을 여는 것으로 그날 나의 하루는 시작되었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포스기를 켜 음악을 틀고 커피머신을 세팅하며 콧노래를 부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세팅된 머신에서 처음 내리는 황금빛 에스프레소로 만든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일은 매일 의식처럼 행해졌다. 카페 사장의 로망이 아닌가.       


이제 하얀 조리복으로 갈아입고 식빵을 만들기 시작한다. 반죽을 치고 발효를 하고 굽는 일을 반복했다. 그러면 카페 안에 고소한 빵 냄새가 기분 좋게 스멀스멀 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10시가 되어 카페 문을 활짝 열면 커피의 그윽한 향과 빵의 달콤한 향이 조화롭게 퍼져나간다.          

          

카페를 오픈한 곳은 신도시 지역으로 이제 막 주변에 회색 건물이 뼈대를 갖추며 올라가고 있는 초기상권이었다. 주변에 유동인구는 적었지만 앞으로 번화할 지역이었기에 좀 만 버티면 잘 될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역이 멀지 않아 지나다니는 분들의 쉼터역활과 만남의 장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오픈을 시작하면서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닌다는 말이 이해될정도로 쉬지 않고 열심히 카페를 운영했다. 그런 모습이 하늘에 닿은 건지, 사람들이 알아준 건지 단골들도 슬슬 생기기 시작했다. 카페는 조금씩 안정화 되고 있었다. 매일 비슷한 일을 하지만 그래도 성장하는 모습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예전에 그런 얘기를 들을 적이 있다. 주변보다 비싸게 붕어빵을 판매하고 있는 붕어빵집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줄서서 사먹는 대박집이라는 것이다. 붕어빵집 사장님이 이야기 하는 단골 만드는 법은 단순했다. 남자 손님들은 아는 체 안하고 슬쩍 서비스로 붕어빵 한 개를 더 주면 되고, 여자 손님은 붕어빵 꼬리까지 팥이나 크림을 듬뿍 넣어주면 된다는 것이다.                     


카페 하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비슷한 것 같다. 우리카페처럼 적당히 넓고(30평) 번화가에서 떨어진 조용한 카페는 자전거를 타거나 운동 삼아 걷다가 카페를 찾으시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자전거를 카페 앞에 세우고 들어오시는 남자 손님 분들이 꽤 있었는데 아는 체를 하면 어색해 하시는 경우가 종종 보였다. 이럴 때는 그 손님의 취향에 맞게 커피가 진하다고 하시는 분은 에스프레소 샷을 줄이거나 너무 뜨겁다고 하시는 분은 얼음을 한 개 넣어드리면 단골이 되시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                    


우리 카페 단골손님 중에는 연기를 하는 배우님도 있었다. 배우A는 막 유명하진 않았지만 어디선가 영화인가 드라마인가에서 한 번 보면 ’아! 이사람‘이라고 할 만한 조연이다. 나도 사극에서 봤던 기억이 나서 아는 채를 해볼까 했지만 하지 않았다. 그래도 배우니까 아는 채를 하면 좋아하시지 않을까 마음속으로는 생각했는데 보통 남자손님들은 그런 것을 부담스러워하시는 경우가 많아 하지 않았다.          


다행히 배우A는 단골이 되었다. 그 당시 역 주변에 카페가 없었기에 우리 카페가 생긴 걸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A는 혼자 커피를 마시면서 대본을 보거나 미팅을 할 때도 우리 카페를 찾아 주었다. 사람들이 알아보는 경우가 왕왕 있을 A는 알아보는 사람 없는 편한 카페가 좋았던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마 내가 알아보지 못했다고 생각할지도.

이전 04화 카페가 망했다(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