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프랑스를 갈 생각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솔직하게 타이틀이 필요해서였다. 국내외 서적과 논문을 공부하고 일본으로 날아가 유명한 잼 장인이신 다나카 히로코 선생님께 귀한 노하우를 배워왔다. 하지만 내가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수료증이 없었다. 공방을 운영하며 출강을 점점 많이 다니게 되기 시작하면서 자기소개서를 써야 될 일들이 늘어갔다. 근데 경력도 어느 정도 쌓았고 성취한 것들도 있지만 전문 교육을 수료한 타이틀이 없는 게 매번 아쉬웠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프랑스 파리에 계시면서 한국 사람들을 위한 쿠킹 교육 컨설팅을 해주시는 분의 블로그를 알게 되었다. 나는 그분의 블로그를 천천히 살펴봤는데 잼, 제빵, 제과, 초콜릿 등등 다양한 종류의 프랑스 전문 쿠킹 교육을 연결해 주시고 있다는 것과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는 바로 블로그에 적힌 SNS를 통해 연락했다.
'안녕하세요~ 블로그를 보다가 연락드립니다.
저는 수제 잼을 만들고 판매 및 출강을 하며 이쪽으로 계속 나아가려 하는 사람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블로그 포스팅 중 프랑스 전통 잼 과정 코스를 가고 싶어서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5시간 뒤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통화 가능하실 때 통화를 한 번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답장 감사합니다. 언제가 편하실까요?'
금방 나는 통화를 하게 되었고 제일 먼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계신 A께 매우 놀랐다. 잼과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막힘이 없이 술술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주변에 잼 관련 지식들을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는데 대화가 되니 신기한 마음도 들었다.
나는 A께 어떻게 하면 내가 좀 더 나아갈 수 있는지 조언을 구했다. A는 내 이야기를 다 듣고 지금의 나는 '김치를 잘 담그는 외국인'과 비슷하다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시면서 서양 사람이 김치를 잘 담그는 것과 김치 문화는 다른 거라고 하셨다.
그랬다. 나는 잼에 관한 공부를 많이 해왔지만 정작 잼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전통과 문화를 알고 자신의 트렌드를 만드는 것과 모르고 만드는 건 하늘과 땅끝 차이더라고요.'
그렇게 A는 나에게 협동조합에서 과일을 세척부터 가공까지 경험해 보고 프랑스 집집 마다 스며들어있는 잼의 전통을 배울 수 있는 과정을 추천해 주셨다. 처음에는 수료증이 필요해서 연락드린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문화를 배우러 가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게 되었다.
전화 통화를 한 시기가 연말이었기 때문에 봄이나 가을쯤에 천천히 알아보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봄이 왔다.
다시 A께 연락을 드렸다.
'안녕하세요~ 올해 일정 때문에 문의드립니다.'
A는 내 메시지를 받고 연락을 주셨다.
A와 대화를 하다 올해 처음으로 6월에 잼 명장님이 프랑스 국립 제빵 제과 학교(INBP)에서 3일간 전문 클래스를 여신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근데 이 수업이 올해하고 없어질 수도 있고 내년에 하게 돼도 1년은 기다려야 될 수도 있다고 하셨다. 기간은 6월 24~26일이었다. 내가 연락드린 날이 5월 12일이었으니 1달 정도밖에 시간이 남아있지 않았었다.
그래도 나는 프랑스를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올해 꼭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일이기도 하고 지금이 아니면 내년 혹은 기약이 없을 수도 있기에 반드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A께 지금 그 클래스에 자리가 남아있나 알아봐달라고 부탁드렸다.
'현재 4자리 남아있어요. 수업 하실래요?'
'하고 싶습니다!'
나는 하겠다고 했고 A께서 등록을 대신 해주셨다.
그렇게 나는 프랑스에 루앙이라는 처음 들어본 도시에서 열리는 잼 전문클래스를 신청하게 되었다.
세계 1등 챔피언의 노하우와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니 기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