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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플랜 Sep 10. 2024

화장실 냄새나는 잼

어느 날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연락이 왔다. 무려 중앙일보였다. 소년중앙 기자님이셨는데 어린이 기자단이 와서 잼도 만들면서 취재를 해도 괜찮겠는지 묻는 DM이었다. 나는 바로 된다고 말씀드렸다. 소년중앙에 기사가 나가는 특별한 경험이면서 어린이 기자단의 취재 내용이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는 기자님과 연락을 여러 차례 하면서 어린이기자단과 함께 만들 잼들을 고르고 취재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린이 기자단이 취재하는 날이 다가왔다. 평소보다 더 깔끔하게 청소 정리까지 마쳤다. 이번에 함께 만들 잼은 유기농 비정제 설탕으로 만드는 밤잼과 귤잼이었다. 아무래도 일반 설탕보다는 더 건강한 설탕으로 만드는 게 아이들에게 더 좋을 것 같아서였다. 취재에 응해줘서 감사하다고 주스 한 박스를 사 들고 오신 기자님과 촬영 기사님이 먼저 도착했다. 기자님은 어린이 기자단이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체험과 함께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 이번에 잼 만드는 공방을 보고 연락을 주신 것이었다.      


약속된 시간이 가까이 다가오자 2명의 어린이가 각자의 부모님과 함께 공방에 도착했다. 기자단의 어머님과 아버님은 인터뷰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다시 오시기로 하시고 자리를 떠나셨다. 슬슬 촬영 준비가 끝나고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내가 본 A4용지에 인쇄된 인터뷰 질문은 그 퀄리티가 상당히 높았다. 물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웬만큼 잼에 대한 지식을 알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질문들이 많았다. 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하였고 그 모습을 촬영 기사님이 계속 찍어주셨다. 아이들과 질문을 주고받고 농담도 하면서 긴장이 풀어질 때쯤 인터뷰는 끝이 났다. 이제 잼을 만들 차례다.     



미리 쪄놓은 밤을 손질하는 것으로 잼 만들기를 시작했다. 작은 손으로 밤 속을 하나하나 파는 걸 옆에서 도와주고 그릇에 설탕을 준비했다. 이제 냄비에 밤과 설탕, 레몬즙을 넣고 서서히 끓이기 시작했다. 일반 설탕이 아니라 비정제 갈색 설탕으로 만들어 더 먹음직스러운 색으로 밤잼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밤잼이 서서히 끓어 완성이 될 때쯤 준비해 놓은 식빵과 함께 맛을 보았다. 달콤하고 묵직한 밤 맛이 진하게 퍼지는 잼은 실패 없이 잘 완성이 됬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귤잼을 만들었다. 깨끗이 씻은 귤껍질을 까고 노래진 손으로 냄비에 설탕과 함께 귤을 넣었다. 주걱으로 톡톡 귤을 으깨며 흘러나오는 과즙으로 잼을 젓기 시작했다. 공방에는 은은하게 감귤향이 퍼져갔다.      


그때 어린이 기자단 중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화장실 냄새 나요."     


순간 나와 기자님은 흠칫 놀랐다. 음식에서 화장실 냄새라니.... 나는 잼에서 악취가 나는지 냄새를 맡아보며 당황했다. 따로 악취가 느껴지진 않았다.      


"어디서 화장실 냄새가 나니?"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집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가 나요."     


아~ 집 화장실 방향제에서 나는 시트러스 향이 여기서도 난다는 말이었다. 귤도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이니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화장실 냄새나는 잼이라니.     


밤잼과 귤잼이 다행히 잘 완성되고 사진 촬영이 시작되었다. 어린이 기자단 친구들은 익숙한 일인지 한 손에는 잼을 바른 빵을 들고 여러 포즈를 취했다. 그렇게 취재가 마무리될 때쯤 어린이 기자단의 부모님들이 다시 공방을 찾아주셨다. 아이들이 만든 잼을 뿌듯하게 보시고 기자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감사의 말을 전하고 떠나셨다.      



중앙일보 소년중앙에 뜬 기사는 그 이후 일주일 있다가 볼 수 있었다. 기자님은 내가 보관할 수 있게 택배로 종이신문도 여럿 보내주셨다. 지금은 키즈 클래스도 종종 해서 익숙하지만 이 당시에는 처음으로 어린이들과 잼을 만들며 새로운 시각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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