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가기로 한 날이 한 달도 남지 않아 촉박하게 준비해야 했다. 거기에 6월까지 출강이 몰려있었는데 당장 동탄 출강을 갔다가 바로 다음 날 프랑스로 가야 하는 일정이었다. 나는 일단 급한 거부터 하나하나 캐리어 가방에 넣어두기로 하고 생각날 때마다 준비물을 추가해 넣었다. 유럽 여행과 장기 비행이 처음인데 게다가 혼자 가야 한다니... 막막한 면도 있었다.
여권과 가서 입을 셰프 복을 맨 먼저 넣었다. 그리고 장기 비행을 대비해 크로스백에 보조배터리, 에어 목베개를 차곡차곡 넣었다. 그런 식으로 출발 전날까지 계속 캐리어를 채워갔다. 가서 프랑스 스타일의 잼을 자세히 배울 수 있는 설렘도 있었지만 워낙 급박하게 짠 일정에 정신이 없었다.
프랑스 일정은 이랬다. 프랑스 파리에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면 저녁 6시가 된다. 파리에 있는 민박집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 오후 차로 2시간 정도 북쪽으로 가면 있는 루앙이란 도시로 간다. 루앙에서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3일 동안 묵을 숙소로 간다. 그리고 하룻밤 쉬면서 짐을 풀고 다음 날부터 3일 동안 프랑스 국립 제빵 제과 학교(INBP)에서 잼 세계 챔피언인 교수님께 클래스를 듣고 수료한다. 그리고 다시 파리를 가 하루 관광하고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온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루앙에서 보낼 3일과 교통 시간을 제외하면 그리 시간적 여유가 있지 않았다. 그래도 프랑스에 가는데 관광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모나리자를 실물영접하기, 세계에서 제일 큰 실내 암장인 Climb Up Aubervilliers가기 라는 두 가지 추가 목표를 세웠다.
프랑스 출국 날 아침이 밝았다. 빠뜨린 짐이 없나 다시 한번 캐리어를 들쑤시고 확인하고 나서야 맘 편히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나갈 준비를 마친 나는 캐리어를 끌고 크로스백을 맨 다음 집에서 가까운 경의선 역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로 캐리어를 끌고 역 안으로 들어갔다.
'일본으로 잼 배우러 간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프랑스로 잼 배우러 가네.'
갑작스럽게 든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나는 경의선을 타고 공항철도로 갈아타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첫 유럽 여행이라 직항에 국내 항공사의 비행기로 예매했지만 그래도 장기간의 비행이 걱정되긴 했다. 공항에서의 시간은 금세 흘러갔고 나는 드디어 프랑스행 비행기에 탑승하게 되었다. 14시간의 비행이라니...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미리 가득 다운 받아놓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들을 확인했다. 오전 10시 45분 출발인 비행기는 파리에 현지 시간으로 오후 6시5분 도착이었다. 14시간 비행해도 프랑스 시간으로는 오후면 도착한다니 새삼 시차가 신기했다.
기내식을 2번 먹고 예능 프로그램을 끝까지 다 보고 나서야 14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프랑스 파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파리에 도착하고 놀란 사실은 저녁 6시가 넘었는데도 대낮처럼 밝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파리는 저녁 10시가 지나야 어두워진다는 것이었다. (6월 기준)
처음 도착하는 샤를드골 공항이 낯설고 어디로 나가야 될지 몰라 방황하다가 나와 함께 비행기를 탄 유럽 여행패키지그룹 분들을 보고 따라 공항을 나서게 되었다. 무사히 공항을 나가 이제 우버를 부르려고 어플을 키는 순간 근처에 있던 택시 기사님이 말을 걸어왔다. 나는 우버를 부르고 있다고 괜찮다고 했는데 기사님이 내 차 타고 가자고 계속 말을 걸으셔서 알겠다고 하고 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아차 했다! 샤를드골 공항에서 파리까지는 바가지 이슈로 정찰제로 바뀌었다. 그래서 정해진 금액에 가는 것이 맞지만 이 택시는 거리 비용으로 가자고 했던 것이다. 잘 확인하지 못한 내 실수였다.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 바가지를 쓰다니...!! 숙소로 도착할 때까지 맘을 졸였다.
'몇 배로 덤터기를 쓰면 어쩌지... 말도 안 통하는데..'
결국 정찰제보다 거의 2배를 내게 되었지만 어쨌든 숙소에는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사건 이후로는 더욱 정신을 차리고 다니게 되었고 다행히(?) 그 이후로는 파리에서 별일 없이 잘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