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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플랜 Oct 17. 2024

잼을 배우러 프랑스로 떠나다(3)

첫날 숙소는 한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으로 갔다. 잼 교육 컨설팅을 해준 A께서 추천해 주신 민박이었다. 그곳에는 공용주방이 있었고 남자, 여자 방이 따로 나뉘어져 있었다. 방 안에 침대는 2층 침대 2개가 있었는데 총 4명이 한 방을 같이 쓰게 되는 구조였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거실 큰 테이블에 마른 남자분과 사장님만 있었다. 나는 사장님한테 민박집에 대한 소개와 간단한 주의 사항을 듣고 짐을 풀었다. 

드디어 프랑스 파리 도착이었다.     



14시간의 비행으로 지친 몸을 따뜻한 물로 씻어내고 방안에서 마른 남자와 어색한 인사와 함께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마른 남자 B는 철학을 공부하는 친구로 프랑스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프랑스 지방 도시에서 공부하고 있는 B는 그쪽 지방에서는 제대로 된 한식을 먹기가 어려웠는데 여기 민박은 조식으로 한식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어 오랜만에 파리에 놀러 올 겸 이 민박으로 왔다고 했다. 새삼 파리까지 와서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철학을 공부한다니.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먼 타지로 온 것이 멋있어 보였다. B는 졸업 후 프랑스나 일본, 한국 중 원하는 조건으로 취업이 될 수 있는 곳으로 가려고 준비한다고 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다 B가 민박올 때 가지고 온 와인을 함께 거실 테이블에서 마시자고 했다. 나와 B, 사장님이 같이 테이블에 앉아 프링글스를 안주로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사장님은 프랑스에 온 지 1년이 안됬다고 했는데 여기서 민박을 운영하다 다른 나라에서 또 민박을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원래 운동선수였던 그는 이렇게 민박을 운영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잔을 기울이는 것에 대해 만족스러워 보였다.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2명이 테이블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 민박집에서 일하며 여행을 즐기고 있는 남자와 여의사인 C였다. C는 전공의였는데 이번 의료파업 장기화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파리로 놀러 왔다고 했다. 뉴스에서 보던 파업 전공의를 프랑스에서 보다니.. C는 이 민박집에서 일주일째 지내며 파리를 관광하고 있었다. 파업으로 자신과 같은 전공의가 많다고 말한 C가 빨리 파업이 끝나고 안정적으로 복귀하길 바란다.      


관광하다 돌아온 멤버 한명, 두 명씩 테이블에 추가되면서 어느덧 11시가 가까워졌을 때쯤 거구의 D가 민박집으로 들어왔다. 어눌한 한국어로 '다녀왔어요'라고 말하며 PC방에 다녀왔다는 D는 재미교포로 미국에서 나고 자라 영어를 쓰지만 한국인 부모님이 집에서는 한국어로 대화를 시킨 탓에 한국어로 소통도 가능한 친구였다. 미식축구를 하는 D는 프랑스와 미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에 대해 알아볼 겸 2주 동안 프랑스에 묵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서로 다른 이유로 파리에 방문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1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시차로 인해 잠이 오지 않는 몸을 억지로 뉘어 눈을 감았다. 낯선 공간에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자려니 잠은 오지 않았다. 뒤척이는 새 아침이 밝아왔고 나는 제일 먼저 일어나 분주해지기 전에 나갈 채비를 했다. 뒤늦게 일어난 B와 먼저 조식을 먹고 함께 숙소 근처를 산책했다. 한국과 다른 배경과 집들, 냄새에 새로운 세상에 와있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프랑스를 유학하고 있는 B에게 여행 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시청 근처까지 오게 되었다. B는 프랑스에서는 결혼식을 2번 한다고 했다. 한번은 무조건 시청에서 시장님의 축하를 받으며 시청결혼식을 한다고 했다. 프랑스에서 결혼식을 올리려면 시장의 서명이 필요하고 이걸 해야 바로 혼인신고가 된다고 한다. '시장님은 매년 몇 커플을 상대해야 할까?' 엉뚱한 생각을 하다 빵집을 찾았다. 프랑스 하면 제과점이기 때문에 동네에서 먹어볼 수 있는 갓구운 빵을 먹고 싶었다. 나는 프랑스에 대해 알려준 감사한 B에게 빵을 사주고 나눠 먹으며 다시 숙소로 돌아와 짧은 산책을 마쳤다.     



그리고 나는 본격적으로 파리에 온 첫 일정인 세계에서 제일 큰 실내 클라이밍장인 Climb Up Aubervilliers를 가기 위해 우버를 불렀다. 클라이밍을 5년 넘게 해온 나에게는 기네스에 오른 클라이밍장을 가보는 것은 큰 의미였다. 민박집에 캐리어를 맡기고 운동복을 챙겨 금방 온 우버 택시를 탔다.      

이렇게 나의 프랑스 첫 일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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