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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플랜 Oct 22. 2024

잼을 배우러 프랑스로 떠나다(5)


루앙에서 우리가 묵을 숙소는 3층짜리 건물을 통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집이었다. 그렇다고 큰 집은 아니고 좁은 나선형 계단을 올라 1층에는 거실, 2층, 3층에는 자그마한 방과 화장실이 하나씩 붙어있는 구조였다. 이 집은 200년이 넘었다고 하는데 그 세월이 묻어나는 집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기와집 같다고 할까. 전통적인 유럽 스타일로 지어진 집에 프랑스에서만 느껴지는 분위기가 풍겨왔다. 카펫에서 올라오는 쾨쾨한 먼지 냄새는 덤이었다. 나는 2층을 사용하고 A는 3층을 쓰시기로 했다. 1~3층이 다 독립된 공간이었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이왕이면 프랑스 전통가옥에서 지내며 편하게 쉬라는 A의 배려로 예약된 숙소인 것이다. 



첫날 민박집에서는 4인 1실이라 캐리어를 피기 힘들었는데 여기에서는 빨래도 하고 편하게 화장실도 이용이 가능했다. A와 나는 다음 날 아침 근처 성당 앞 카페에서 보기로 하고 각자의 방으로 헤어졌다. 나는 휴게소에서 산 프랑스 과자와 음료수를 먹고 첫날 시차 때문에 못 잔 잠을 몰아 자게 되었다.      



2일 만에 제대로 개운하게 자고 일어났다. 낡은 창문을 열자 밝은 빛이 들어왔다. 나는 환기를 시키고 INBP 국립 제빵 제과 학교로 첫 수업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나는 A와 만나기로 한 숙소 근처 성당 앞으로 갔다. A는 카페테라스에서 룽고 커피를 마시고 계셨다. 나도 옆에서 같이 덩달아 커피를 마시며 긴장을 풀었다. A와 나는 오늘 수업 일정과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INBP로 출발했다. INBP는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에서 걸어서 갈 만큼 가까웠다.      



빠듯하게 도착한 우리는 바로 인포데스크에 있는 직원의 안내로 한 강의실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이미 이번 클래스를 함께 할 수강생분들이 앉아있었고 앞에서 INBP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이번 클래스와 INBP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다. 우리는 얼른 맨 앞에 앉았다. 나는 뭐라 하는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 불어를 듣는 척했고 A가 옆에서 중요 내용에 대한 것들을 알려주셨다. 그러다 한 분씩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내가 맨 마지막으로 소개했는데 A가 대신 내가 한국에서 잼을 만들고 있다는 것에 대해 소개해주셨다. 그렇게 나를 포함 12명의 수강생이 이번 잼 전문 클래스의 시작을 함께했다. 다들 오너 셰프였는데 나에게도 오너냐고 물어보는 수강생님이 있으셨다. 나도 1인 사업이긴 하지만 대표이기 때문에 오너라고 얼버무리며 소개를 끝냈다.      



강의실을 나온 우리는 탈의실에서 셰프 복으로 갈아입고 안내해 주신 쿠킹 실로 들어갔다. 한 30평은 돼 보이는 공간의 테이블에 색색별 과일들이 쌓여있었다. 그리고 앞에는 세계 잼 대회에서 우승하셨다는 스테판 페롯트 교수님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우리는 교수님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직원분이 준비해 주신 드립커피와 INBP 수강생들이 만든 빵들을 먹으며 어색함을 풀었다.     


 


3일 동안 진행될 수업은 8시부터 저녁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따로 쉬는 시간 없이 꽉 찬 스케줄이었다. 보통 한두시간 하고 쉬는 시간을 가지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중간중간 자유롭게 화장실을 다녀오고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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